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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 서효원

시 읽기

by 박둥둥


내 음성은 거리에서 뭉개졌다.외국인이 많은 번화가에서 당신은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나는 색이 다른 인간이 무섭다. 도사견보다, 삵보다, 증기기관차보다 나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보다 더.


도처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른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기를 빌며 걸음의 볼륨을 높인다. 두 발로 디딜 수 있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다른 사람인 척 해본다. 뒤꿈치를 들어 당신의 뒷모습을 찾는다.


동물이나 산업보다 무서운 인간의 직립, 걸어 떠난 당신은 지금 지구 바깥에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의 공포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번화가의 가나 사람을 껴안는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최대한의 보폭으로 살았고 여기에 이르렀다.


나는 색이 다른 사람이 된다. 소리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자세로 여럿이 힌꺼번에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들이 싫다 나보다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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