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나무를 타고 오르는 능소화처럼
결코 당신의 높은 가지를 빌려 나 자신을 뽐내진 않겠어요.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면,
절대로 사랑에 눈먼 새처럼
푸른 그늘에서 쉬려고 단조로운 노래를 되풀이하진 않겠어요.
(중략)
나는 당신 곁의 한 그루 목면나무가 되어
나무의 형상으로 당신과 함께 서겠어요
대지 아래서 엉키는 뿌리로 단단히 맞잡고
잎과 구름안에서 맞닿을 거예요.
바람이 지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아무도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요.
(중략)
우리는 한파, 우레, 벼락을 함께 견뎌내고
안개와 무지개를 함께 즐겨요
영원히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평생 서로를 의지하는 거예요.
사랑이란
당신의 우람한 몸집 뿐 아니라
당신이 굳건히 지키는 자리
발 아래의 땅까지 사랑하는 것이기에.
-수팅(舒婷,1952-) 은 중국의 대표적인 몽롱파 여성시인이다.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중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공사장으로 발령나 생산대에서 몇 년이나 노동을 해야 했다. 그렇게 4년정도 노동을 하던 중 1971년부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1972년 샤먼시로 돌아와 여러가지 임시직을 전전하며 습작을 했다. 1977년부터 후에 몽롱시파라 불린 시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하여 1980년부터는 푸첸선문학연합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창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