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사사로움을 저버리며
당신 누군가가 나에게
“네 마음을 채운 이 누구냐?”
라고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단연 당신이겠지요
좌상——— 나는 그 연직 아래를 봅니다
그의 애처로운 손이 우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인연과 그간의 삼라한 관계를 헤아려봅니다
전연 알 수 없던 것들을 이제사 알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과의 만남도 없애고
맞닿을 듯한 연락을 끊고
당신에 대한 인상을 잊고
당신에 대한 기억도 잃고
당신과 만났던 기록을 지우고
당신과의 재회도 바라지 말고
당신과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다는
인연의 실낱조차 버려야만 하겠지요
그래야만 당신 생각을 멈출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이야 말로 당신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단연코 그것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