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키 아빠 Mar 02. 2022

러시아 승리할 수 없는 이유, 이 다큐에 답 있다

리뷰] ‘마이단 혁명’ 그린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침공 감행 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행동을 벌일지 반신반의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허를 찌르기라도 하듯 군사력을 움직였다. 


앞으로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예상하는 건 신의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애초 푸틴의 의도와 달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는 이 같은 예상을 확신으로 바꿔준다.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쟁’이란 부제가 붙은 이 다큐멘터리는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92일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이어졌던, 이른바 ’마이단 혁명’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5년에 나왔는데, 현재 상황과 맞물려 화제성을 모으는 중이다. 개인적인 느낌부터 먼저 적자면, 이 작품을 보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2월은 유난히 아픈 시간일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5월만 다가오면 우리가 아파하듯이. 


마이단 혁명은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유럽연합(EU) 가입 철회를 결정한 게 발단이 됐다. 격분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외쳤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이다’라고. 


정치적 성격과 무관하게 거리 시위는 2016년 11월 대한민국 촛불을 떠올리게 할만큼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는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경찰 특공대 베르쿠트가 탄압 선봉에 섰다. 시위는 평화롭게 시작했지만 유혈참극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2016년 11월 촛불이 1980년 5월 광주로 뒤바뀐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베르쿠트 요원들이 시민들을 조준 사격하는 장면이다. 이들은 시내 거점을 장악하고 마치 사냥이라도 하듯 시민들에게 총탄을 날렸다. 심이저 이들은 부상자를 데리러 온 이들에게까지 총을 발사했다. 베르쿠트 요원들의 조준 사격에 쓰러지는 시민들의 모습은 보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나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경찰에 밀리자 택시 운전사들은 광장으로 시민들을 실어 날랐다. 시민들이 잇달아 쓰러지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의료진들이 달려왔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피난처를 제공했다. 시위대는 경찰 탄압을 피해 정교회 황금돔 수도원으로 피신했고 사제들은 이들을 위해 축복했다. 


이 모든 광경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연상케 했다. 아니, 2014년 2월 우크라이나 키예프는 1980년 5월 대한민국 광주였다. 


광장 혁명, 내전, 그리고 침략전쟁 

우크라이나 마이단 혁명을 그린 다큐멘터리 ‘윈터 온 파이어’는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리게 한다. ⓒ 넷플릭스

베르쿠트를 앞세운 야누코비치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굴하지 않았다. 결국 야누코비치는 야반도주했고 시민들은 승리를 만끽한다.


하지만 상흔은 깊었다. 인권단체 조사 결과 93일간 이어진 시위 도중 125명이 목숨을 잃었고 65명이 실종됐다. 


더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광장 시위가 끝나기 무섭게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집어 삼켰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국경 지대인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계 주민들을 배후 조종해 분열을 획책했고, 분열은 내전으로 치달았다. 이 결과 6천 여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그리고 마이단 혁명 8년 뒤인 2022년 2월 러시아는 더 이상 막후에 숨지 않고 직접 군대를 일으켜 우크라이나로 진격했다. 


앞서도 적었지만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2월은 유난히 잔인한 계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불굴의 의지로 ‘마이단 혁명’을 일궈냈다. 


이들이 러시아 침략세력에게 순순히 조국을 내주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실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결사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는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진보 성향의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 2월 28일자 기고문에서 이런 의문을 던졌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그리고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배웠듯 한 나라를 정복하는 건 쉽지만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힘이 있는 걸 알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러시아 괴뢰정부를 받아들이려 할까?”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이런저런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입에 올리기 이전에 먼저 이 다큐멘터리부터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징벌이 횡행하는 세상이 지옥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