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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May 29. 2024

봄날은 간다

새벽바람도 꽤 따뜻해져 짧은 질주 반복을 하기 좋은 날

새벽도 꽤 따뜻해졌다. 몇 년 동안 이런 날씨가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겨울에서 곧바로 여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봄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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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래섬 조깅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바람에도 더운 기운이 느껴지며 올해 봄날도 갔음을 실감하였다. 뜬금없지만 오래전 영화 <봄날은 간다>를 떠올렸다. 어쩌면 최근 알고리즘이 나를 김윤아의 <봄날의 간다>로 이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다시 찾아보았다. 이십 대 초반에 봤던 그때처럼 영화는 잔잔하고 가슴 설레었다. 당시에는 이영애 같은 여자가 “라면 먹고 갈래?“라며 말을 하는 것을 상상하곤 했는데 당연히 현실 세계에서 그런 건 없다. 절대 없다. 우리 또한 죽었다 깨어나도 지질하지만 멋있는 유지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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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집에서 반포 트랙까지 느린 조깅으로 이동한 후 트랙에서 100미터 질주 반복을 하였다. 100미터 17초대로 질주하고 휴식은 20초. 10개씩 3세트. 매 세트마다 질주 반복을 진행하며 점점 휴식시간을 줄였다. 숨은 가쁘지만 10개 세트를 무사히 마칠 때마다 짜릿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아침 운동은 각성 효과가 있고 저녁 늦게 운동할 때보다 밤에 숙면을 하기 쉽기 때문에 언제나 좋다. 100미터 질주 반복을 하면 아주 조금씩 나 자신의 한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고 과거의 그런 경험들을 머리와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이런 100미터 질주 반복을 할 때마다 기분도 더욱 좋아진다. 갑작스럽지만 뇌의 ‘편도체’는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영역이고, 그 바로 옆에는 기억력과 관련 있는 ‘해마’가 붙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좋아하고 흥미 있어하는 것은 어려움 없이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운동에 관하여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은 좀처럼 잊히지 않고 잘 기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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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짧은 거리 퇴근 조깅.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와 아이는 아직 귀가 전이다. 아무도 없으니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한 곡 반복 재생으로 들으며 식사를 하고, 아내가 유통기한 임박 반값 할인으로 사놓은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오늘 학원 마치고 다른 아이들과 실컷 놀고 이촌면옥에서 떡국을 먹고 왔다고 한다. 우연히 식당 앞에서 가수 성시경을 봤다고 한다.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뜨거운 안녕>, <거리에서> 등등 어떤 곡을 재생목록에 추가할까 잠시 고민했는데, 결국 그 어떤 곡도 목록 추가하지 않고 오늘은 <봄날은 간다> 한 곡 반복 재생.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 이어폰으로 들으며. 한 곡만 재생하면 좀 이상해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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