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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n 20. 2024

해가 바뀌니 아이의 말도 바뀌었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아이언맨 70.3 고성 후기 03 - 런 21.1km

3종 대회에서 런 종목 기록과 마라톤에서 기록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아 저는 항상 고민입니다. 그동안 사이클 종목에서 런 종목으로 이어갈 때 필요한 ‘근전환’ 연습은 딱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요. 사이클은 무게중심을 낮춰 내 무게와 힘을 페달링에 최대한 잘 전달하고, 런은 내 몸을 띄우는 종목이기에 두 종목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고 종목에 따라 서로 다르게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으면 (근전환 연습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동작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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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성 대회 전체 1위를 한 외국인 선수의 종목별 기록을 봤는데요. 런 종목은 1시간 20분을 기록하며 전체 1위를 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T2에서 기록이 불과 50초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이클을 마치고 바꿈터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헬멧을 벗고 러닝화를 갈아 신고 다시 바꿈터 밖으로 뛰어나가 런 종목을 시작하기까지 5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더군요. 전환 구간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바꿈터에서 재빨리 움직여보지만 생각만큼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전력 질주하듯 뛰어다니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헐레벌떡 서두르며 준비를 하고 런 종목을 시작하지만 마음먹은 것처럼 순발력 있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런을 시작하고도 한참 지난 후에야 몸이 적응하여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위 선수는 바꿈터 기록이 50초라니. 근전환 연습을 통해 바꿈터 빠른 동작에 익숙해지고, 그래서 이어지는 런 종목도 잘 달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근전환 준비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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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위를 할 만큼 운동 자체를 잘하기는 어려워도 바꿈터 시간만큼은 1위 선수 못지않게 줄일 수 있어야 하는데요. 수영 사이클 런 이외에 바꿈터 전환도 네 번째 종목으로 생각하여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동작 원리 차이 외에도 빠른 동작을 이어가기 위한 심박 적응 등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색하고 찾아보니 근전환 연습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게 보이네요. 어쩌면 대부분 동호인들도 연습하고 준비하던 내용인데 저만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이라도 근전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이렇게라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대회를 마치고 이번 일주일은 회복을 할 겸 낮은 강도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하루빨리 즐겁고 신나게 밖으로 나가 제대로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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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작년까지 아이는 “아빠, 1등 했어?” 항상 물어보곤 했습니다. 제가 1등을 했던 것은 아니라 그냥 “잘 마쳤어.”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아이는 친구들과 주변 어른들에게 “우리 아빠 1등 했어요.” 떠벌리고(?) 다니곤 해서 쑥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때 아이에게는 ‘완주 = 1등’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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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좀 다릅니다. 일요일 고성 대회를 마치고 서울 복귀를 서둘러 저녁 6시 좀 넘어 저와는 별개로 경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와 아이를 서울역에서 만났는데요. 아이가 대뜸 말합니다.

”아빠, 열심히 했어?“

”응, 아빠 열심히 했지.“

”아빠, 재밌었어?“

”그럼, 재밌었지. 대회 마치고 이렇게 아들 보니 아빠 더 즐겁고 행복하네.“

”그럼 됐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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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니 아이의 말도 바뀌었습니다. 몸이 자라는 만큼 생각도 자란 것 같아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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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기쁜 마음으로 내일 새벽을 달려야겠습니다. 사진 속 아빠가 웃음 가득히 피니시를 향해 달렸던 것처럼 내일은 그렇게 뛸 것입니다. 다시 한번 아이 생각에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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