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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l 18. 2024

아이의 말, 아이의 언어

이오덕 선생님의 <일하는 아이들>을 읽었습니다

매일 밤, 잠잘 때 아빠가 끌어안고 뽀뽀하려고 하면 아이는 질색을 합니다. “싫어, 저리 가.” 그리고 아이는 엄마에게 달려들어 푹 안깁니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아침 출근길을 나설 때에는 아빠와 따뜻하게 포옹하고 인사하며 뽀뽀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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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말했습니다.

“아침에는 아빠랑 뽀뽀 잘해주네?”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침에는 아빠랑 헤어지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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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오면서도 아빠와 엄마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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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로 쓰기> 저자이신 고 이오덕 선생님은 항상 ‘아이의 말로 표현하라. 아이의 언어로 말을 하려고 해야 한다.’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며 아이의 말을 많이 접하신 이유도 있지만 아이의 말에는 쓸데없는 꾸밈말도 없고, 억지로 멋을 내거나 유식해 보이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말로 표현하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말은 솔직합니다. 아이의 언어에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만 있습니다. 중요한 것만 담아내려 하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알맞은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이의 말에는 진리와 통찰이 담겨있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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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들었던 아이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 오랜만에 이오덕 선생님의 <일하는 아이들>을 읽었습니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을 그때의 어린아이들이 했던 말을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고 겪은 것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쓴 글들이 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33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아이들의 말로 쓰여 있기 때문에 금방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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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 내리는 장마입니다. 오늘 새벽에는 집 거실에서 ZWIFT 실내 사이클을 타고, 아침에는 수영을 했습니다. 저녁 퇴근 때에는 가볍게 달렸습니다. 저의 하루 또한 군더더기 없이 담백했었네요. 왠지 모르게 아이 덕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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