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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l 19. 2024

“아빠가 1등이야.” 롯데아쿠아슬론 대회-02

대회 준비물과 경기 진행

대회 준비물

1. 경기복(수영복) : 매년 한창 무덥고 습한 7월에 열리는 대회라 올해도 웻슈트 착용은 금지되었습니다. 부력이 없는 경기복 또는 수영복을 착용해야 하는데, 제 생각으로 가장 좋은 순서는 ‘1. 스윔스킨 2. 포켓이 없는 경기복 3. 수영복(숏 사각보다는 5부(?)) 4. 포켓이 있는 경기복’ 순서입니다. 포켓이 달린 보통의 경기복은 포켓 속으로 물이 들어가고 저항이 발생되는 것 같습니다. 수영복 또한 숏 사각보다는 5부 수영복이 흔히 말하는 비키니 라인, 사타구니 부분이 저항이 덜 걸리고 물이 더 잘 빠지는 것 같습니다. 실내 수영 대회에서도 대부분 5부 수영복을 착용합니다. 예전에는 3종을 꾸준히 즐기고 해외 대회도 계획하는 분들이나 스윔스킨을 장만했습니다. 이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대회에서도 점점 노슈트 대회가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구입한 스윔 스킨은 값비싼 고급형이 아니라 입문용 제품이라 그런지 어깨 부분이 조금 불편합니다. 민소매 스윔 스킨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스윔 스킨과 경기복 착용은 오늘 같은 대회에서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에서 러닝화만 신고 바로 뛰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영복 착용 시 런 시작 전 바꿈터에서 싱글렛이나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데, 그 시간 또한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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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셀린, 베이비파우더, 탄성 끈 : 수영을 마치고 런 종목으로 빠른 전환을 위해 양말은 착용하지 않습니다. 맨발로 러닝화를 착용하고 달리면서 물집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 전 발 전체를 바셀린으로 도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러닝화에는 베이비파우더를 미리 뿌려둡니다. 수영을 마쳐 발에 물기가 가득한데 최대한 빠르게 물 흡수 및 제거를 도와줍니다. 신발 끈을 묶지 않아도 되도록 러닝화에는 탄성 끈을 미리 준비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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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진행

바꿈터 개방, 레이스 준비. 자전거 거치대가 없기 때문에 물품 보관 바구니가 줄을 지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바구니에 러닝화를 꺼내기 쉽게 넣고, 베이비파우더를 신발 안창에 골고루 펴 바릅니다. 그 위에 배번을 부착한 레이스 벨트를 올리고, 맨 위에는 모자를 올려둡니다. 저는 형광색 고어 런웨어 모자를 착용하기 위해 올려두었는데, 멀리서도 바구니 맨 위에 올려놓은 모자가 잘 보여서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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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한 통과 에너지 젤 1개를 준비해서 대회 출발 전까지 개회식 등이 진행되는 동안 물은 조금씩 나눠마시고 출발 20~30분 전 에너지 젤 1포를 섭취합니다. 생수는 출발 직전 수경 렌즈를 닦는 데도 사용합니다. 수경에는 미리 안티포그 액을 발라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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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영 출발입니다. 3열씩 줄지어 서서 5초마다 3명씩 뛰어나가 출발합니다. 저는 입문 때보다 해를 거듭할수록 대회 직전 이 순간 더 긴장하고 설레며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그만큼 대회 하나마다 제 나름 종목별 구간별 공을 들여 준비를 하고, 그동안 준비한 것이 잘 발휘될 수 있을지 한편으로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할까 두렵고 무섭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제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제 수영실력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최근 수영 연습할 때의 감각과 기록이 작년보다 더 좋고 빠르며 그리고 기복 없이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물을 잡고 당겨서 밀어내는 요령을 습득하고 기량이 향상된 것 같은데, 저 혼자만의 느낌일 수 있으니 이런 대회에서 스스로 검증하고자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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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1,500미터. 석촌호수 동호 750미터 코스를 2회전 합니다. 거리는 정확했습니다. 오늘은 웻슈트가 금지된 노슈트 대회입니다. 무덥고 습한 7월의 날씨와 더불어 섭씨 27도 이상의 높은 수온으로 힘든 수영이 예상됩니다. 매년 그랬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평소 실내 수영장에서 연습하던 1,500미터 기록보다 4~5분, 오픈워터 1,500미터 기록보다 3~4분은 손실된다고 미리 생각하셔야 합니다. 웻슈트의 부력도 없고, 실내 수영장에서처럼 반환 때마다 벽 차기를 하는 이점도 없습니다. 쉬지 않고 코어에 집중하고 스트로크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높은 수온에서는 후반부에 더욱 지치게 됩니다. 동작의 최소화를 통한 심부 체온 관리를 위해 6비트, 4비트보다는 2비트 킥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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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랩을 마치고 잠시 폰툰 위로 올라와 2번째 랩을 시작하기 전 GPS 워치 상 시간을 체크합니다. 먼저 출발한 상위그룹 검정 수모 선수들 일부를 추월하고 같은 그룹의 녹색 수모 선수들에게 좀처럼 추월당하지 않아 오늘 저의 수영이 꽤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1회전을 마친 시간이 14분대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오늘 절대적인 수영 기록은 좋지 않은 조건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기록입니다. 앞서 2 랩을 출발한 선수들을 훑어보니 검정 수모와 녹색 수모 선수는 몇 명 없습니다. 오늘 저는 결코 느린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2번째 랩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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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랩에서는 확실히 첫 번째 랩보다 체온이 더욱 오른 것이 느껴집니다. 코어에 힘이 빠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허겁지겁 스트로크를 돌리는 것보다는 동작 하나하나 모양과 자세를 만들고 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캐치풀푸시 감각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리커버리 손이 내 어깨 앞으로 다시 입수할 때 물이 튀지 않고 물보라를 일으키지 않으며 최대한 부드럽게 들어가도록 합니다. 철퍼덕 물을 때리며 저항이 발생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물에 손을 넣을 때부터 캐치할 모양을 만들도록 끝까지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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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수하는 손은 내 머리 앞이 아니라 내 어깨 앞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95% 이상의 동호인들이 머리 앞에 손을 넣습니다. 그게 곧게 직선으로 넣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느낌일 뿐입니다. 알파벳 Y 모양으로 손을 살짝 벌리듯 바깥 방향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11자 직선으로 손이 들어가고 곧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머리 앞에 손을 넣어버리면 하이 엘보로 물을 캐치할 수 있는 어깨 각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팔을 돌려야 한다는 생각에만 급급하여 팔꿈치가 뒤로 빠지며 물을 제대로 잡지도 당기지도 밀어내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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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이 걸리지 않도록 채찍질을 하듯 발차기 킥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동호인은 그렇게 킥을 하지 않습니다. 무릎을 구부렸다 발등으로 수면을 때리듯 발차기를 하는데, 저항만 걸리며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발을 포개어 차라리 킥을 차지 않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스트로크로 물을 밀어내는 순간. 가지런하게 곧게 뻗은 하체로 물이 빠져나가며 몸이 쑥 미끄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도움 됩니다. 코어에 힘이 빠지며 하체가 가라앉을 때쯤 가볍게 잽을 날리듯 다리를 띄울 정도로만 툭툭 차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치 청바지를 입은 것처럼 하체의 감각을 가져가고, 몸 전체가 하나의 통나무인 것처럼 몸을 일렬로 정렬시키고 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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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제 수영을 복기해 보니 코너 반환점 부표에서 방향 전환을 할 때 스트로크와 킥을 허겁지겁하며 페이스가 떨어지고 시간 손실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전방 주시를 위해 고객을 들 때 불안한 마음에 머리를 너무 많이 들면서 하체가 가라앉게 되고 이 때문에 하체 저항이 걸리며 속도가 늦어졌습니다. 실내 수영장에서 연습할 때 이러한 상황들을 상상하며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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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마치고 나와 시계를 보니 29분대입니다. 실망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수영을 마치고 나와 바꿈터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상의를 챙겨 입고 있는 분들이 몇 분 보입니다. 저는 서둘러 러닝화를 착용하고 레이스 벨트를 장착하고 모자를 쓰면서 바꿈터를 뛰어나갑니다.

123층 롯데타워 계단 달리기가 시작됩니다 3년째이지만 여전히 적응은 안 되고 올라갈수록 심장이 터질 듯 힘듭니다. 저는 그 어떤 종목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여기 이 대회 달리기가 가장 힘듭니다. 견디기 어려운 인터벌이나 지속주 트랙 훈련은 중간에 멈출 수 있고, 마라톤 같은 대회에서 힘들 때에는 페이스를 낮출 수도 있지만 123층 계단 달리기는 중간 포기하기도 힘들고, 페이스를 낮춰도 여전히 힘듭니다. 한 층씩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지겹도록 수를 세며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후기를 쓰며 다시 생각해도 너무 힘든 달리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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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까지 초반에는 앞서가는 분들을 추워하며 힘을 내어 올라갔습니다. 중반 구간에서 몇몇 지자체 소속 엘리트 선수들과 엘리트 출신 상위그룹 선수들을 추월할 때는 기분이 묘하기도 했습니다. 70층 이후부터 한동안 앞서가는 선수도 보이지 않고 뒤따라오는 선수도 없이 혼자서 올라가다 보니 집중도 되지 않고 페이스는 점점 낮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90층쯤 지날 때 몇 층 아래에서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선수가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얼핏 보니 같은 에이지 그룹 선수분인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있는 힘없는 힘 다 짜내며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00층 지점에서는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 정도하고 그냥 먼저 보내드리자.’ 생각도 잠시 했는데, 다시 한번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줄타기를 하듯 난간을 붙잡아 당기며 다시 한번 속도를 냈습니다. 저희 집이 아파트 22층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집까지만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남은 힘을 다 쏟았는데, 정말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고통이었어요. 117층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마지막 6~7층이 남은 구간은 계단 색깔과 벽면 장식이 바뀌는 장소가 있는데, 이 구간에서는 구토가 나올 것처럼 속이 매스꺼웠어요. 작년과 재작년에는 이 구간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올해는 바로 뒤 쫓아오는 선수와 선의의 경쟁으로 죽을 듯 걷고 뛰며 올라갔고, 피니시 통과 후에는 바로 땅바닥에 엎드려 앉아 한동안 일어서질 못했습니다. 1초? 2초? 차이로 겨우 에이지 그룹 1위를 하였습니다. 무척 운이 좋았고, 다음에 혹시 같은 상황에 놓인 다면 그때는 다시 이렇게 못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오늘은 정말 제가 운 좋았습니다.

시상식에는 아이와 함께 포디엄에 올랐습니다. 기분이 더욱 좋았습니다. 아이도 이제 제법 자랐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낯을 가리고 부끄럼을 탑니다. 아마 다음에 이런 기회가 운 좋게 다시 온다 하더라도 그때는 아이와 함께 올라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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