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소원 덕분에 죽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 세 번째 슈퍼문이자 가장 큰 보름달이 목요일에 떴습니다. 가장 둥근 모양을 띠는 시점인 17일 저녁 8시 26분에 맞춰 가족 모두 밤 산책을 나섰습니다. 이때가 달과 지구, 태양이 정확히 일직선을 이루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슈퍼문은 한 해 3~4번 나타나고, 시기는 조금씩 달라진다고 합니다. 오는 11월에 네 번째이자 올해 마지막 슈퍼문이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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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을 산책하다 시간에 맞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기사에서 읽었던 것처럼 달이 정말 크고 밝네요. 우리 가족 모두 소원을 빌며 기도했습니다. 공개 소원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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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평범한 소원 빌기가 지나고 아이의 차례입니다. 아이의 첫 번째 소원은 제우스의 ‘번개창’을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각색된) 그리스 로마신화 책을 즐겨 읽는 아이가 제우스의 ’ 번개창‘에 푹 빠져있거든요. 어느덧 혼자 스스로 엄마 휴대폰에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는 ’ 능력‘을 갖추게 된 아이가 우연히 제우스의 ’ 번개창‘을 발견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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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을 울린 건 두 번째 소원이었습니다.
“엄마, 아빠. 안 죽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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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마다 들었던 아이의 소원이랑 전혀 다른 종류의 소원이라 저는 꽤 놀랐습니다. 그렇구나. 이제 아이도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구나. 아이의 소원을 듣고 내 부모님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직 두 분 모두 살아계신 부모님, 만약 돌아가신다면 그건 어떤 상실감일까? 저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나의 혼이 육신을 떠난다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일까?(모든 것은 뇌의 활동이기 때문에 영혼이란 것은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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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워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은 나에게는 여전히 내일이 있다는 믿음과 안도 때문인데, 더 이상 다음 날이 없는 것을 알고도 눈을 감을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두렵고 무섭고 슬픕니다. 지금의 나는 아직 죽음과 상관없다고 믿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상과 짐작만 할 뿐이지만, 훗날 시간이 많이 흘러 늙어서 자연스럽게 죽게 되는 그 순간에는 의식과 지각이 분명하지 않아 나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도 없이 마지막 눈을 감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에 나의 존재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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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부모의 죽음이 무서워 죽게 않게 해 달라 소원을 빌듯, 나중에 성장한 아이가 여전히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가 모두 더욱 소중합니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손잡고, 끌어안고, 사랑한다는 말 한 번 더 해야겠습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면 더욱 뜻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가족과 함께 하며, 할 수 있는 것을 누릴 수 있는,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태어나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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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소원 덕분에 죽음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던 며칠이었지만, 사실은 새벽마다 크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느꼈던 새벽이 이어졌습니다. 수요일에는 3000m/2000m/1000m를 각각 3분 35초/km, 3분 30초/km, 3분 25초/km 페이스로 달렸고 목요일에는 조깅을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1200m(4분 35초/km) 400m(3분 15초/km) 7세트 달리를 하였는데, 모두 이전에는 이토록 심장이 뛰지도 않고 버겁지도 않은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살아있음’이 아주 좋은 뜻의 ‘살아있음’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꾸준히 몸을 아끼고 운동하여 다음에는 가뿐하게 할 수 있도록, 좋은 ‘살아있음’을 다시 느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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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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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