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새벽 운동을 마치고 아내, 아이와 함께 식사를 마친 다음 한양도성 나들이를 갔습니다.
'순성놀이'에서 '순'은 돌다, (주변을) 둘러보다는 의미로 '순찰'의 '순'입니다. 성을 둘러보는 놀이라는 뜻인데, 조선시대 정월대보름이면 백성들이 나와 성곽을 따라 흙을 밟고 둘러보기를 했습니다. 정월대보름 소원을 비는 미신 또는 토속신앙과 연결하기 쉬운데 사실 그 때문이 아니라 이 시기는 겨울 동안 얼었던 땅이 녹으며 성곽의 흙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에 다 함께 땅을 밟고 성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함입니다.
한양도성은 인왕산, 북악산, 낙산, 목멱산(남산) 능선을 따라 조선의 궁궐을 둘러싼 성곽길입니다. 총길이 약 18.5km입니다.
가족과 함께 갔던 길은 혜화역과 가까운 낙산공원에서 출발하여 동대문역(흥인지문)으로 연결되는 2.3km 순성 길입니다. 집에서 지하철 4호선으로 혜화역, 동대문역 그리고 명동역까지 이동하기 편리하고, 대학로(미니소), 이화벽화마을과 흥인지문 등 아내와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선택했습니다.
새벽 운동과 아침(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에 주차한 다음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해 혜화역으로 이동했어요.
혜화역 2번 출구 근처 <미니소> 상점. 요즘 아이가 한창 푹 빠져있는 해리포터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라 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늦었습니다. 작년부터 진행했던 이벤트 끝물이라 인기 있는 상품들은 다 팔렸다고 하네요. 마그넷과 스티커를 구입했습니다.
대학로에서 낙산공원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낙산도 '산'입니다.
낙산공원에 도착했지만 성곽길은 계단을 따라 더 올라가야 합니다.
정상 전망대에 올라 시가지를 구경하려 했는데 미세먼지 많은 날이라 아쉬웠어요. 순성 길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산 능선 성곽길 따라 걸으면 이화벽화마을과 카페 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성곽이 왜 이렇게 낮냐며 아이가 말합니다. 높이도 낮고 숭숭 뚫려있으면 적군 못 막는 것 아니냐고. 맞아요. 막을 수 없습니다. 한양도성은 방어를 위한 용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방어가 목적이었다면 성곽 주변에 해자를 파고 둘러싸도록 하여 접근을 차단했을 것입니다. 조선의 방어 체계는 산성에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외세의 침략이 있을 때에는 산성으로 거처를 옮겨 전투에 임했습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으로 이동한 것이 그 예입니다. 얼핏 보면 도망간 것처럼 보이지만 지형지물을 이용해 싸움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한양도성은 도읍을 한양으로 정한 후 무학대사 청으로 새 왕조의 품위와 격을 위해 성곽을 둘러싸도록 지어졌습니다. 양반 댁 한옥이나 서원에 가면 적당한 높이로 내부가 보일 듯 말 듯 담장이 두르고 있는 것처럼요.
2.3km 구간이 끝나는 부분에 흥인지문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건물이 보입니다. 4호선 동대문역이 바로 앞이라 더 좋았어요.
한양도성 길은 트레일 러닝을 겸하여 한 바퀴 달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옷차림이 간편해야 하는데 지금 날씨에는 타이즈를 착용해야 해서 민망할 것 같으니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반바지를 입고 달려볼 계획입니다. 총거리는 18.5km로 길지 않지만 인왕산, 북악산 등 산 능선을 따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마냥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동대문역에서 4호선을 이용해 명동역으로 이동했어요. 8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 명동교자 본점입니다. 저희는 집에서 거리가 가까워서 이태원점을 이용했는데, 명동 본점이 교통 편리하고 주변 볼거리도 많아 다음에는 본점에서 식사해도 좋을 것 같아요. 대부분 서울 맛집에 감흥이 없었는데 명동교자는 저희 부부와 아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서울 식당 중 하나입니다.
새 학기 아들 가방에 부착할 와펜을 구입하기 위해 <와펜 하우스> 방문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처음 보는 아이는 신나서 이것저것 집어가며 구경합니다. 기본 와펜 스트랩은 길이와 종류에 따라 5천 원~1만 원, 와펜들은 크기에 따라 1천 원~4천 원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선택하다 보면 생각보다 큰 금액에 깜짝 놀랍니다. 저희는 아이를 겨우 진정시켜서 18,000원으로 선방.
아이가 좋아하는 이런 상점들이 곳곳에 있어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개미지옥
주말 명동에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상술 때문에 명동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랜만에 왔더니 마치 관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반갑고 좋았습니다. 일출이 빨라져 새벽 이른 시간에도 환한 5, 6월에는 텅텅 빈 명동 새벽을 달려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예전 강남역, 광화문 종로에서 조용한 새벽을 달릴 때 기분 좋았는데 명동에서도 그걸 경험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