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3.8k 자전거 180k 런42k 우리는 이상하고 별난 사람들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3종 대회인 아이언맨 구례 대회 후기
경기
수영 3.8km 1시간 14분 14초(1분 57초/100미터 페이스)
- 수영에서 드디어 드래프팅이란 것을 해보았다.
- 편했다.
- 앵글로 색슨인지 슬라브인지 금발의 백인이었다.
- 결과를 보니 빠르진 않았다. 잘못 따라갔나 보다. 외국인이 모두 수영 빠른 건 아니구나.
-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2비트 킥 자유형을 유지했다.
- 가끔 뒤에 선수가 따라붙을 때에는 떨쳐내기 위해 6비트를 하기도 하였다.
- 1랩 마치고 36분 대가 나와 조금 실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마음속으로 전체 1시간 10분 이내를 노렸다.
바꿈터1 3분 11초
- 수영 마치고 폰툰 위로 올라와 뛰어가며 웻슈트 등 지퍼를 내리고 팔을 빼낸다.
- 경기 전 손목에 바셀린을 듬뿍 바르면 빼낼 때 조금 더 수월하다.
- 바이크 백에서 헬멧을 꺼낸다. 턱끈을 조인다.
- 의자에 앉아 웻슈트 다리를 빼내어 수모 수경과 함께 바이크 백에 넣는다. 바이크 백은 묶어서 자리에 놔두면 자원봉사자분이 챙겨주신다.(경기 종료 시 피니시 지점으로 바이크 백을 이동시켜 준다. 이 점이 매우 편리했다.
자전거 180km 5시간 33분 40초(평속 약 32km/h)
- 살다 살다 이런 폭우 속 자전거는 처음이다.
- 어차피 내가 자전거를 잘못 타니 다 같이 못 타면 나름 괜찮은 건가?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잘 타는 분들은 폭우가 내려도 잘 탄다. 멋있더라.
- 120km에서 체력 방전되어 풀코스 첫 기권할까 고민했지만 때마침 산업도로 반복 구간 AID 1번 보급소 에너지 젤 자원봉사 분이 젤을 2개씩 쥐어주셨다.
- 1시간 반 동안 젤 8개를 집어넣고 겨우 살아났다. 방귀가 뿡뿡 나왔다.
- 오늘 완주는 1번 보급소 젤 담당하셨던 안경 쓴 남자 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생체 2급 지도자 시험과 연수 일정으로 신청했던 모든 3종 대회를 취소하였고, 자전거 훈련에 대한 의지도 약하다 보니 자전거 훈련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다 8월 중순 이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 인터벌이나 템포 같은 훈련 일정을 소화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 Zone2 수준의 파워로 즈위프트 실내 훈련으로 4시간 30분 1회, 4시간 1회, 3시간 3회, 90분 2회 진행하였다.
- 3시간~4시간 페달링을 할 때 대략 평균 파워 155~160w 정도가 나와서 대회에서 목표도 155~160w로 세웠다.
- 구례 코스에서 이 정도 파워면 대략 평속 33km/h, 180km 기준 5시간 30분 정도 나올 거라 생각하였다.
- 설정한 목표에 가깝게 결과가 나왔지만 목표 자체가 낮았다. 훈련이 부족하니 그마저도 완벽한 목표 달성은 실패했고, 근육 경련이 발생되지는 않았지만 간당간당하게 종아리, 햄스트링 등에 신호가 왔다. 러닝 종목 후반에서 치명적이었다.
바꿈터2 2분 46초
- 예년과 다르게 바꿈터1과 2 위치가 다르다.
- 바꿈터2는 결승 지점인 구례 공설운동장 인근이다.
- 개인 의견으로는 훨씬 편리했다.
- 자전거를 마치고 들어올 때 내가 직접 자전거를 거치하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분이 자전거를 받아 거치시켜 주신다.
- 런 백만 챙겨 탈의실 텐트로 들어가면 된다.
- 런 백에서 러닝화와 양말, 레이스 벨트, 모자를 꺼내고 자전거 헬멧은 백 안에 넣는다.
런 42km 3시간 30분 53초
- 마라톤과 3종에서 달리기는 서로 같은 듯 다르다. 가능성과 한계, 개선할 점 모두 느꼈다.
- 마라톤 시즌, 자전거 시즌 따로 없고 1년 내내 3종 시즌만 있을 뿐이라고 깨달았다.
- 3종은 개별 종목 합이 아닌, 그냥 3개를 한 종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 3시간 20분 이내를 목표로 잡았다.
- 4분 40~50초 페이스로 달렸다.
- 다리를 지날 때, 산책로 진입 구간 등 생각보다 자주 오르막이 나왔다. 그때는 페이스가 내려갔다.
- 무게중심을 위로 올리고 유지하는 감각으로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과 피로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 예상보다 하프 이후에도 페이스가 잘 유지되었다.
- 다만, 달리기 시작 때부터 종아리에 근육 경련이 날 것처럼 순간 경직되는 느낌이 종종 있었다.
- 종아리 때문에 최대한 뒤로 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 런 후반으로 넘어가며 체력이 소모되어서 그런 것인지 뒷발을 차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종아리에 경련이 날 것 같았다.
- 종아리가 딱딱하게 굳어질 것 같을 때마다 힘을 빼려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하기도 하였다.
- 안간힘을 쓰며 뒤로 차지 않고 고관절을 이용해 넓적다리를 앞으로 들어 올리고자 하였는데, 이번에는 사타구니 쪽 근육에 경련이 나려고 하였다.
- 코로나 이전 2018년 경주 마라톤에서 사타구니 근육에 경련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와 느낌이 같았다. 종아리 때문에 뒷발 안 차려고 하였는데, 이번에는 앞으로 다리를 들어올 때마다 사타구니 근육이 쥐 날 것 같아 곤혹스러웠다.
- 제자리에서 뜀뛰기를 하듯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 페이스가 느려졌다.
- 자전거 때문에 하체 충격과 피로가 쌓였기 때문인 것 같다.
아이언맨 구례 풀코스
수영 3.8km 자전거 180km 런 42km
10시간 24분 42초
올해는 철인 3종에서 지도사 자격증을 얻었고 대회를 잃었던 시즌이었습니다. 시험, 주말 연수 일정에 훈련은 소홀했고 신청했던 대회는 모두 취소했지만, 운 좋게도 참가비 가장 비싸고 취소/양도 안 되는 아이언맨 구례에는 참가하여 1년 1킹코스 숙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보급
- 기상 후: 단호박죽 1개, 박카스 1개, 철분제 1개, 마그네슘 1개
- 수영: 경기 전 프리워크아웃 블렌드(카페인, 아르기닌, 베타알라닌, 타우린, 비타민 조합) 1스푼 섞은 물 500ml, 에너지 젤 1개
- 자전거: 큰 물통 2개 준비. 각 물통에는 베타알라닌 1스푼씩, 한 통은 카페인 없고, 한 통은 카페인 300mg와 모르텐 가루 320mix 하나. 아미노 양갱 1개
- 자전거에서 보급이 부족하였다. 폭우 라이딩 때문인지 에너지 소모가 심했고, 결국 모든 보급소마다 들리며 에너지 젤을 받다 보니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 런: 개인 준비한 젤 없이 대회 보급소마다 에너지 젤을 받아서 섭취.
- 아이언맨 구례 대회는 준비된 보급품이 충분했다. 3천 원 내외의 에너지 젤이 산처럼 쌓여있다. 사람들이 달려가며 줍다 보니 그 젤들이 땅바닥에 막 떨어져 있다.
- 괜히 다 아깝다고 내가 생각하였다.
교통
- 예전 운동 대회 마치고 운전하며 복귀하다가 사고 날뻔했던 이후로 3종 장거리 대회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 서울남부터미널 - 구례 시외버스터미널 버스 왕복 이용
- 서울 > 구례 : 토요일 새벽 6시 30분 첫차 이용
- 구례 > 서울: 일요일 저녁 7시 50분 막차 이용
- 3종 풀코스 1박 2일 일정
- 구례 내에서는 굳이 차 없어도 자전거와 대회 셔틀을 이용하여 해결 가능
- 그동안 아이언맨 구례 대회의 장점은 바꿈터1과 2과 같은 장소인 점이라고 생각했다.
- 처음으로 바꿈터1, 2 장소가 다른 구례를 경험했는데, 이전보다 훨씬 편리하여 만족하였다.
- 우리나라 선수 대부분은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을 수 있지만
- 나처럼 자차 없이 혼자 대회를 경험하는 국내 선수들, 그리고 외국 선수들의 경우에는 작년까지 기존 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어두컴컴한 시간에 바꿈터1에서 자전거를 찾고 복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 이번 대회에서는 바꿈터1의 바이크 백을 대회 주최 측에서 결승점으로 이동시키고, 결승점에서 바이크 백(웻슈트와 수모 수경 들어있음), 런 백(바이크 헬멧 들어있음)과 자전거 모두 한꺼번에 찾을 수 있으니 동선을 간소화되고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기차 막차(20시 50분)가 아닌 버스 막차(19시 50분)를 이용하여 서울로 복귀할 수 있었다. 기차의 경우, 구례구역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택시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택시비 지출도 줄이고 몸도 덜 피곤하여 훨씬 좋았다.
- 대회 기간 구례 내 이동 : 대회 설명회 시작 전 런 백을 바꿈터2에 거치
- 대회 설명회를 마치고 자전거 타고 이동하여 바꿈터1에 바이크백과 자전거 거치
- 바꿈터1 거치 이후 셔틀 타고 구례 공설운동장으로 복귀
숙소
- 이번에도 구례 시외버스터미널과 대회 부스, 결승점인 공설운동장에서 가까운 지점 모텔
- 오픈케어 아이언맨크루 숙소와 같은 숙소. 대회 당일 새벽 일직 바꿈터로 갈 때 박선수 회장님께서 태워주셔서 정말 편리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숙소는 다른 지역보다 구례 공설운동장 인근이 편하다. 시외버스터미널과 시내와 시장과 가깝다. 시내 다이소에서 고무밴드, 1회용 세면도구 등 깜빡하고 준비 못 한 물품들도 구입 가능. 약국 이용 가능. 하나로마트 등이 있어 장 볼 수 있음
식사, 먹을거리
- 공설 운동장과 숙소 중간쯤 <목월빵집>. 맛있다. 가격은 싸지 않다.
- 저녁은 숙소 가까운 <갑호식당>. 작년에도 여기서 저녁 먹었는데, 이번에도 여기.
- 대략 맛집이라는 곳을 다녀보면,
- 서울 맛집은 ‘달다’. 경상 지역 맛집은 ‘맵고 짜고‘ 자극적이다. 전라 지역 맛집은 양이 ‘푸짐’하다.
- 서울 맛집은 기대보다 실망인 경우가 많았고, 경상 맛집은 자극적이라 맛을 잊을 수 없고, 전라 맛집은 아무 식당 들어가도 푸짐하니 먹고 나올 때 기분 좋다.
궂은 날씨에도 대회 진행과 응원, 촬영, 자원봉사하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대회 마치고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 대회는 유독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구타당하면 이런 느낌 아닐까 추측한다. 대회 다음 날에는 계단 7칸을 뛰어 내려가질 못해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쳤다. 뜨거운 공기가 잔뜩 들어있던 풍선에서 바람이 빠진 것처럼 아직도 심장과 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준비된 자에게는 축제지만 부족한 자에게는 고통과 아쉬움 가득하다. 모든 대회가 그렇다.
집에 돌아오니 대회 때마다 구박하던 아내도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고생했고 잘했다며 격려해 주었다. 아마 대회 참가비가 얼마인지 아직 몰라서 그런 것 같다.
백만 원 쥐여주고 이런 걸 하라고 해도 안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자기 돈 백만 원 써가며 대회 신청하고 준비하는 우리는 역시 이상하고 별난 사람들. 별난 사람들과 함께 대회장을 누비고 달려 기뻤고 영광이다.
아직도 3종 운동, 그중에서도 풀코스 대회를 하고 나면 주변에서 ’그걸 왜 하는데?‘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실소도 안 나오고 어처구니없다. 솔직히 이유 같은 건 나도 모른다. 성취감, 보람, 자기 과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의 친목과 소통, 도전, 월드 챔피언십, 건강. 이유는 너무 많다. 그중 하나일 수 있고 전부일 수도 있다. 혼자서 음식 먹는 걸 촬영해서 방송도 하는 시대에 힘든 운동 좀 하는 게 뭐 그리 특별하다고.
질문의 시간은 공부의 시간, 경험의 시간 이후에 찾아온다. 앎이 있어야 더 나은 앎을 위해 찾아갈 수 있다. 공부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고, 그러고자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궁금한 걸 배설하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무지의 나열이다. 연락도 제대로 안 하는 오래전 친구가 SNS를 통해 이런 거 왜 하냐고 묻는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대답한다. ‘니는 내가 와 이런다고 생각하노?‘ 더 이상 대화가 진행 안 된다. 작전 성공. 한 번도 생각조차 시도해 본 적 없으니 할 말도 없겠지. 이제는 예전 친구보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이 더 편하다.
백만 원 쥐여주고 이런 걸 하라고 해도 안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자기 돈 백만 원 써가며 대회 신청하고 준비하는 우리는 역시 이상하고 별난 사람들. 별난 사람들과 함께 대회장을 누비고 달려 기뻤고 영광이다.
1년 준비 잘하셔서 기회 된다면 내년 구례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