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기 줄넘기 대회. 10월 26일 일요일 오전 9시 동대문구 체육관
마라톤과 3종을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온통 마라토너와 철인들뿐이다. 대부분 춘천마라톤에 관심이 쏠렸던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일요일 아침 답십리 방향으로 아침 일찍 나섰다. 서울시장기 줄넘기 대회가 열리는 날. 아이의 첫 운동 '대회'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으로서는 큰 의미 있는 행사이다.
장소는 동대문구 체육관. 생소한 곳이다. 줄넘기 선생님은 주차장이 협소하니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셨다. 몇몇 학부모들도 이전 대회 때 주차 때문에 애먹었다며 대중교통 이용 예정이란다. 후기를 찾아보았다. 주차장이 부족하긴 한가 보다. 눈에 띄는 블로그 후기 하나를 발견했다. 7시 40분에 도착하니 여유 있게 주차 가능했다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래, 이건 수업이나 강연 듣는 게 아니라 대회잖아?'
대회라면, 1시간 30분 이전 도착은 선수로서 기본이지. 대회장 구조, 응원석 위치, 줄넘기를 하는 바닥의 상태, 체육관 안의 공기까지.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전날 얘기했다. "내일 7시에 출발한다. 7시 30분까지 대회장 도착한다. 대회는 그런 거다."
나로서는 다음 주말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일요일 10000미터 페이스 점검을 해야 하는 날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했다. 평소 연습하던 줄넘기, 와이어 줄넘기, 대회 직전 코치님께 받은 여분의 줄넘기 총 3개. 수업 때 착용하던 실내화, 여덟 살 아이가 푹신하고 뛸 때 충격을 잘 흡수해 준다며 특히 좋아하는 나이키 페가수스 러닝화. 운동할 때 입는 가벼운 운동복 반팔과 반바지.
출발이 조금 늦어 7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티맵이 가리키는 길 따라 체육관에 도착하니 7시 55분. 입구에는 줄 서서 기다리는 차가 없었지만 주차장 내부에 자리가 있을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아직은 여유 있었다.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와 가장 가까운 지하 주차장 빈자리에 주차 완료. 오늘 느낌 좋다.
OO태권도, OO점핑**, OO줄넘기협회 등 학원 같은 곳에서 단체로 참가한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팀과 클럽별로 옷도 맞춰 입었다. 활동성 좋은 운동복 반팔, 하체 움직임이 원활할 것 같은 짧은 반바지,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 그리고 몇몇 아이들은 줄넘기 전용으로 보이는 신발까지. 주눅 들었다. '우리 애는 여기 혹시 잘못 온 건가? 오면 안 될 곳에 온 건가?'
마치 마라톤이나 3종 대회장에 가면 '고인 물'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함부로 가까이할 수 없는 기운 같은 것이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런 '포스'가 느껴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 고 학년생으로 보였다. 유치, 초등 1부 2부 아이들은 아기 같은 아이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일찍 도착하길 잘 했다. 이전 후기에서 사진을 봤을 때 초록색 바닥이 매트인지 아니면 딱딱한 강당 바닥에 초록색 천을 덮은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매트가 아니라 딱딱한 바닥이다. 아마 수십, 수백 명 사람들이 밟고 뛰면서 긁히고 부서질까 봐 비닐 덮개를 깔아놓은 것 같다.
푹신하지 않은 바닥이라 실내화가 아닌 나이키 페가수스를 신었다. 줄 길이를 조금 길게 조절했다. 처음에는 겉옷을 입은 채 가볍게 준비운동하여 몸에 열을 올리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개인전 먼저 진행하고, 오전 11시부터 개회식 진행 후 오후에는 단체전(2인, 4인 등) 진행된다. 유치부 모아 뛰기로 시작, 초등 1부 2부 30초 스피드 번갈아 뛰기, 30초 2중 뛰기 순. 수십 명 아이들이 뒤섞여 있어 대회장은 혼잡하지만 장내 사회자 마이크가 워낙 크게 들리기 때문에 헤매거나 우왕좌왕할 일은 없다.
아들은 개인전 선택 종목으로 30초 스피드 번갈아 뛰기, 그리고 2인 맞서 뛰기를 신청했다. 먼저 오전 30초 스피드 번갈아 뛰기. 개인 종목은 연습할 때도 어려움 없이 잘 했고, 실제 대회에서도 잘 했다. 아들은 대회 체질인 것 같다. 연습 때보다 잘 했다.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도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운가 보다. 지금의 경험이 성장에서 자양분이 되길.
초등 고학년 학생들 중 OO줄넘기협회 유니폼을 단체로 입고 있던, 대표팀 선수로 보이는 학생들은 자세와 움직임부터 차원이 달랐다. 예전에 권투를 1년 동안 배웠던 적이 있는데, 선수들의 줄넘기를 직접 보며 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반부도 있군. 내년에는 아들 줄넘기 코치님께 말씀드려 나도 참가해야지. 용산구 줄넘기협회 일반부 선수. 아들과 함께 출전하는 걸 상상만 해도 즐겁다.
11시 개회식 전 30분간 시범단 공연이 있었다. 서울시 줄넘기 협회 시범단.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 형 누나들이다. 줄넘기 세계는 워낙 생소하여 공연 내내 놀라웠다. 신세계였다. 이 친구들은 장래희망이 혹시 줄넘기 세계 챔피언? 시범단 감독님의 선택인지 모르겠지만 음악 취향은 90년대이신듯. 컨츄리꼬꼬 음악이 묘하게 반갑기도 하고.
2인 맞서 뛰기는 개인전처럼 잘 하진 못했다. 연습 때는 서로 합이 맞지 않아 걱정이 컸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기대보다 훨씬 매끄럽게 잘 하여 아내와 나는 아이를 칭찬하였다. 역시 대회 체질이 맞는 것 같다. '대회 체질', 생각보다 이거 꽤 중요하다.
첫 운동 대회지만 긴장 없이 평소처럼 경기에 임하고 연습 때보다 더 나은 기량을 발휘하는 아이를 지켜보니 뭐, 그저 기분 좋았다.
"그래, 아이스크림 마음껏 마이 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