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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아빠의 가족 여행

여행지에서의 달리기, 베트남 다낭

by 아이언파파

여행을 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다. 숙소 근처의 조깅 코스 그리고 숙소 내 피트니스 센터의 트레드밀. 국내든 해외여행이든 마찬가지이다. 미리 지도 앱이나 블로그 등 후기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기도 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의 새벽 달리기이기 때문에 직접 장소에 도착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안심을 느껴야 한다. 인도는 달릴만한 상태인지, 도로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차량 통행이 한적한 곳인지, 치안은 어떤지 등등. 여행지에서의 새벽 달리기는 나의 반복되는 일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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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괌 여행 때에도 숙소인 두짓타니/두짓비치를 중심으로 도로의 양 끝 부분인 니코 리조트와 힐튼 리조트 원형 교차로 왕복 코스를 설정하여 매일 달리기를 하였다

당시 괌은 우기였지만, 강수량이 많지 않고 기온이 따뜻하여 비 내리는 새벽에도 밖으로 나가 우중 달리기를 하였다. 숙소의 피트니스 센터는 이용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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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1월 베트남 다낭 또한 우기였는데, 새벽 야외 러닝을 하기도 했지만 이틀의 새벽에는 강수량이 제법 많고 바람도 매우 세게 불어 숙소였던 하얏트 리젠시의 피트니스 센터 트레드밀을 이용하였다. 도저히 밖에 나갈 수 없는 태풍 같은 새벽이었다

이번 여행 숙소였던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매년 5월에 개최되는 IRONMAN70.3 베트남 대회의 실제 대회 장소이기도 하다. START와 FINISH, 바꿈터인 TRANSITION 1,2 모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마치 대회 본부와도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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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새벽 달리기로 위 대회의 러닝 코스를 직접 달려보았다. 70.3은 하프 종목으로 수영 1.9km, 자전거 90.1km, 달리기 21.1km로 구성되어 있는데, 달리기 코스 시작 지점인 하얏트 리젠시에서 미케비치를 지나 대회 반환점을 찍고 다시 호텔로 복귀하니 거의 정확하게 21.1km 거리였다

대회 코스 그대로 달려보았다. 숙소를 출발해 다낭의 가장 번화한 해변인 미케비치를 지나고 반환점에서 턴. 일요일 새벽 6시도 안 된 시간에 미케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수 백 수 천 명의 사람들을 보고 놀랐고, 주말임에도 미치 평일 출근 시간처럼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사람들은 대부분 선한 눈빛과 표정이었고 대화를 나누어 보면 정말 친절한 분들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베트남에 대해 아주 좋은 기억들이 가득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70.3 대회 참석을 위해 꼭 다시 한번 다낭을 찾고 싶다 생각하였다. 내년에는 4월 보스톤 마라톤이 계획되어 있어 5월 다낭 대회 참석은 다소 무리다. 아직 나에게는 그 정도의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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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느꼈던 IRONMAN 70.3 베트남 대회의 장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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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항에서 가까운 숙소(대회장소) 위치

2. START/FINISH/TRANSITION 모두 같은 지점으로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 편리한 교통과 동선

3. 청결하고 좋은 시설의 숙소

4. 부담이 낮은 물가

5. Grab 앱을 통한 음식 배달과 택시 이용의 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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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할 때에는 종종 수명이 거의 다 된 러닝화를 가져와 착용하고, 여행을 마칠 때 여행지에 러닝화를 버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 첫 가족 해외여행이었던 괌 여행 때도 알파플라이 1 볼트 색상을 현지에서 은퇴시켰다

이번에도 그랬다. 1200km 넘은 거리를 사용한 나이키 알파플라이 1. 돌아올 때 짐은 줄이고 그동안 나를 위해 열심히 수고해 준 러닝화에게 우아한 작별을 하고 오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애착 장난감 같은 물건을 버릴 때 이별 의식을 하는 것처럼. 우리 아이도 러닝화에게 안녕을 고하는 나의 말과 행동을 재미있어하였다

여행은 즐겁다. 새벽 달리기를 하는 여행은 역시 즐겁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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