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식탐, 예전만 못한 소화력, 가벼워질 수 있는 몸
지난 가족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검색하여 찾아본 현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예전만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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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력이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유산소 지구력 운동을 꾸준히 하며 소량씩 나눠먹는 습관이 익숙해져 위장의 크기 자체가 작아졌음을 실감한다. 조금만 많이 먹어도 배가 가득 차고 이내 속이 매스꺼워진다. 뷔페에서 10 접시 이상을 거뜬히 먹어치우던 예전의 왕성한 식성이 없어졌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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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은 그대로였다. 숙소 조식 레스토랑의 다양한 음식들과 현지 식당의 먹음직스러운 메뉴들을 눈으로 보니 나의 뇌가 강력히 그것들을 원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이성적으로 제어를 못했다면 개처럼 침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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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에 이끌려 이것저것 퍼담고 시켜 먹으면 몇 분 지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속이 안 좋아, 소화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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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계속 먹다가는 내 몸이 버티질 못하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 아, 몸의 기능은 저하되었지만 자신의 식탐을 극복하지 못해 이런 식으로 음식을 먹었다가는 온갖 병에 걸려 고생하겠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여 건강검진을 하며 내시경 검사를 하였다. 큰 이상은 없다고 하였다. 식탐은 그대로였지만 내 몸은 그대로가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야 했다. 나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이제 간헐적 단식을 수시로 실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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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븐>에서처럼 인간의 7대 죄악 중 하나는 식탐(Gluttony)이다. 세상에 만약 신이 있다면 식탐이야말로 인간을 시험하는 잣대일지도 모른다. 식탐에 이끌리는 대로 젊을 때처럼 먹어치웠다가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게 될지도 모른다. 식탐에게 나의 영혼과 몸이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먹는 양을 줄였다. 내 몸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다. 딱히 다이어트가 필요 없다. 키에서 체중을 차감한 값이 107~109 정도를 유지했었는데, 며칠 사이 110에 도달하였다. 이 정도 식음료 섭취 페이스를 유지하면 자연스럽게 내년 봄에는 112~114는 어렵지 않게 도달할지도 모른다. 더욱 가볍게 달릴 수 있겠지. 부상의 위험은 더욱 줄어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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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있다. 얻는 것도 있다. 그러니 주눅 들지 말자.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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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을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