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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an 31. 2024

새벽을 달리며 과학 책도 열심히 읽어보자 마음먹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코스모스>나 <총, 균, 쇠>처럼 인문학적인(?) 재미와 흥미가 가미된 경우는 끝까지 읽었지만,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를 비롯해 과학 책은 유독 완독에 실패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역시 나는 문과 체질인가, 과학적인 인간이 아닌 것일까 스스로 묻고 답하는 사이 작년 초 <역행자>와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으며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 자신이 직접 해 보자, 못 할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내 마음속으로 벽을 쌓아두고 접근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에 하나하나 직접 도전해 보았다. 그리고 그런 도전은 결국 ‘과학책 완독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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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10년 전쯤 구입을 해 놓고 아직까지 다 읽지 못한 책이다. 제목은 문과스러운 ‘역사’ 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매우 이과스러운 ‘과학’ 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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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니 예전에는 와닿지 않았던 인상적인 구절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제는 내 나름 과학적인 내공이 조금은 쌓인 것일까, 아니면 엉덩이가 조금 더 무거워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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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각 떠돌아다니던 많은 수의 원자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우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무이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우리의 육체를 유지시켜 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록 해줄 것이다. 원자들 스스로는 그런 존재의 이유 자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지만 원자들 모두가 무엇보다 소중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바로 우리 자신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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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자들에게 감사해야만 한다. 원자가 존재하고, 그 원자들이 그렇게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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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며 이러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게 되기까지 놀라운 생물학적 행운이 이어졌던 것이 분명하다. 지구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미묘한 일이기 때문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수십억의 수십억에 이르는 생물종 중에서 99.99퍼센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하지만, 멸종시키는 일에도 능숙한 지구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존재의 큰 특징이다. 칼 세이건은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는 상상을 넘어서는 1조 개의 100억 배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행성들이 퍼져 있는 공간의 크기도 역시 상상을 넘어선다. 만약 우주 공간에 우리를 임의로 뿌린다면, 우리가 행성 부근에 떨어질 가능성은 1조의 1조의 10억 분의 1보다 작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우리 자신의 존재는 그렇게 귀중한 것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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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기며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갈수록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이, 가족의 인연 그리고 함께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 더욱 소중하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어쩌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야말로 가장 문과스러운 과학책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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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해 계획 세우기’ 같은 것인데, 그 이유는 나중의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오늘내일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독서에서 올해 목표와 계획을 세운 것이 있었는데 ‘분야별로 몰아서 책 읽기’ 집중독서였다. 빌 게이츠나 자청 작가 등등 훌륭한 분들이 어떤 분야든 그 분야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최소 책 몇 권을 읽어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묘하게 과학 과목, 과학 책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과학과 친해져 봐야겠다. 이 나이가 되어 무슨 시험을 치겠다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호기심이다. 아직 이런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진짜 이번에는 친해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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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달리기를 할 때에는 가끔은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을 생각하곤 한다

오늘도 새벽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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