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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철 Sep 05. 2023

내 제품은 혁신일까 대체제일까

무작정 기획은 무작정 망한다

나는 제품을 기획할 때 혁신일까, 대체제일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게 뭔데?

대체제는 배신이다.

어떤 측면에서든(사용성, 편의성, 비용, 디자인 등)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더 낫게 만들면 된다.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핵심과 가치를 확실하게 바꿔주어야 한다.

돈을 내고 사용하던 문자 서비스에서 카카오톡으로 갈아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짜니까 좋았다. 당연했다. 유료에서 무료로 핵심 기준을 바꿔버렸다. 

대체제는 선택의 영역이다.


대체제의 핵심 기준이 잘못되었다면 그 기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카카오톡의 핵심이 무료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우리 서비스는 문자를 길게 쓸 수 있어요.'

'우리 서비스는 디자인이 예뻐요.'

'우리 서비스는 이모티콘이 다양해요.'


혁신은 관성을 파괴한다.

사람들은 늘 하던 방식과 경험을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심리가 있다. 혁신을 하려면 관성을 파괴시켜야 한다. 사용자는 굳이 이것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아쉬운 것도 없다. 본인조차 이 새로운 제품이 왜 필요한지 모른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것을 몰라도 상관없다.

스마트폰은 굉장히 새롭고 재미있어 보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당연했다. 이 재미나고 새로운 것을 내가 꼭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혁신은 설득과 매력 발산의 영역이다.


혁신이 세상에 나올 설득력과 매력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다면 그 기획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혁신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으며 세상에서 First Mover (선도자)가 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선도자가 된다는 것은 내 이름이 길이길이 남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제발 하나만 하자

많은 기업들과 기획자들이 위 두 가지를 마구 섞고 있다. 섞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우리는 혁신품을 만들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세상에 있는 것을 조금 더 좋게 (어떤 측면에서든) 만든 대체제일뿐이다.

도대체 어떤 목적과 활용을 기대하기에 내가 이걸 써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된 우리 것을 써보세요

내가 사용하던 것을 이것으로 대체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전혀 상관이 없는 가치일 수도 있다.



네. 지금까지 자기소개였습니다.

나에게 무언가 대단한 통찰력이 있는 것처럼 써내려 왔지만 기획자인 내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가치를 대체할지, 대체는 여전히 '경쟁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경쟁에서 이길 만큼의 매력을 더했는지.. 참으로 어렵다.

어떤 새로운 혁신품을 만들 수 있는지, 세상에 없던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지만 조사가 덜 됐을 수도.., 이 제품은 설득력이 있을지, 나 스스로도 설득이 안되는데 시장은 이걸 받아줄지.. 참으로 어렵다.


오늘도 같은 감정으로 일을 마무리한다.

고. 독. 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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