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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로소 Jul 27. 2023

The Real ME : D-97

100일 간의 ’진짜 나 끄집어내기‘ 프로젝트


음식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 나는 조금 슬퍼진다. 내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 겪은 가난은 참 애매한 녀석이긴 했지만, 나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말을 늘 진리처럼 마음에 품고 살았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던 호떡, 분식집에서 팔던 떡볶이, 빼짝 마른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도 나는 늘 얻어 먹고 다녀야 했다.

때로는 친척들에게, 때로는 친구들에게, 때로는 친구들의 부모님에게

인복과 먹을 복을 타고나서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꽤 뻔뻔하게 얻어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따금 먹을 복을 타고 났다는 말은, 마치 너를 위한 음식이 아닌데 운좋게 먹고 있구나 라는 말로 들린다.

그래, 나는 있을 때 먹어야 했다. 하나라도 덜 빼앗기려, 아니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 빠르게 먹었고 남기지 않았다. 남기지 않는 버릇이 훗날 내 몸을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만들리라는 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나는 커다란 몸집과 만성 소화불량을 얻게 되었다. 가끔은 거울 속 나를 받아들일 수 없어 미친듯이 옷을 갈아입니다. 마치 옷을 바꾸면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듯이다.

그러나 먹는 것은 나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입 안에 들어오는 음식이 주는 식감과 향기, 맛에서 나는 살아갈 의미를 느낀다.


음식의 연장 선상에서 나는 2-3년 전부터 옷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다. 옷 뿐만 아니다. 집 안에 물건들이 그득그득하다. 때로는 물건에 깔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옷방은 나에게 거대한 무덤처럼 느껴진다. 나의 옷에대한 집착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최근에 급격하게 큰 돈을 여기에 쏟아 붓는 건…

외모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에 대한 갈증을 동시에 채워주는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서 현실에서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내가 이러려고(옷 사려고, 다이소 가려고, 맛있는 거 먹으려고, 여행 가려고, 소비하려고) 돈 버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선 내 뜻대로 하나 되는 게 없는데, 쇼핑은 내가 척척 집어드는 대로 즉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렇게 나는 감당이 안 되는 육중한 몸으로 감당이 안 되는 빨래감들을 끌어 안고 머리 꼭데기까지 쌓아올린 잡다한 물건들에 쌓여 죽어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래서 나는 3금을 선언하고자 한다.

1.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음식 금지

2. 당장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 (충동)구매 금지

3, 옷은 계절별로 1개 이상 구매 금지 (이미 집에는 평생을 입고도 남을 것 같은 옷들이 그득하다)


위 세 가지만 지켜도 난 아마 다른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병원에 2주차로 방문했다. 선생님은 내 얘기를 가만히 들으시다가, 그것 참 힘드시겠네요. 굉장히 고민되시겠네요. 로소님 말씀처럼 **하면 좋을 텐데 답답하시겠네요. 같은 말씀하신다. 그 템포를 참을 수가 없다… 말과 말 사이에 느껴지는 답답함 때문에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제가 우울증인 거냐 물어보니, 우울증이라고 하진 않으셨다. 그냥 우울도 높고 불안도 높다고만 하신다. 나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그치만 나는 병원을 옮기고 싶다… 진짜 싫다 병원 쇼핑족 되고 싶은 마음 없는데, 왜 이러는지. 성격이 너무 급하다.


내가 생각하는 내 진단명 (내가 의사여도 이런 환자 너무 싫을 거 같지만)

1. 성인ADHD

2. 연극성 인격장애

3. 피해망상증

4. 불안장애

5. 우울증 등…

이정도면 종합병원인데… 아무튼 이런 나도 나라서 받아 들여보려 노력 중이다.

오늘의 글은 쓰다보니 논지가 뭔지 모르겠다. 너무 졸리고, 내가 이걸 왜 쓰고있나 싶은 그런 밤이다.

이만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은 조금 더 정리해서 수정을 보는 걸로.

건강하게 먹고, 운동도 하고, 나를 해치는 소비도 줄이고… 행복하게 오래 일하기 위해서  잘 해 보 기. 그게 오늘의 결론이다.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 좋지만 이젠 정말 건강을 챙기고 싶은 나이게 됐다. (내가 이 멘트 하게 될 줄 몰랐는데)


- 2023. 7. 26 / D-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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