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 살아가는 나 : 여전히, 나를 찾아가는 길 위에서
요즘 내게는 시간이 많다.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수시로 울리던 업무 메일에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백수가 된 초반에는
지각인 줄 알고 화들짝 깨는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벽히 적응해서 새로운 루틴이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간이
마냥 편하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나는 앞으로 또 후회하는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매일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다만, 그 고민을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며 하고,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유튜브를 보면서 하기도 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하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마냥 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꽤 열심히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여유롭다 못해 허무하게 흐르는 시간에
문득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결심했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그 기간은 무려 한 달이었다.
이 나이까지 혼자 밥을 먹는 것도,
혼자 여행하는 것도,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큰 결심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되고 싶었고,
그 작은 시도가 여행이었던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 생각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떠난 치앙마이 한 달 살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고,
내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곳에서의 하루하루는,
한국이라면 지나쳤을 평범한 순간들마저 특별하게 만들었다.
나 홀로 시장을 천천히 걷고,
예쁜 카페가 보이면 들어가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또 여행 속에서 다시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처음 만난 사람들과 둘러앉아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그 시간들은
이제껏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들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해보지 않았던 걸 해봤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나도 혼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것.
그걸로 이 도전은 충분했다.
다시 돌아온 일상.
이 시간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내 생각은 여전히 방황 중이다.
누군가는
"17년을 해왔던 일인데 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하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하필이면 지금,
이제야 내가 이리도 흔들리고 있는 건지...
그래서 정답을 찾기 위해
그저 새로운 걸 하나씩 도전하며 살아보는 중이다.
조급하게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는 않으려 한다.
앞서 했던 반복된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뭘 하게 될지도, 뭘 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삶을 조용히 상상해 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