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I. 다시쓰는 나 : 첫 글을 올린 날, 뜻밖의 위로
퇴사를 하고 찾아온 여유가 나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마음은 불안했고,
이번 선택만큼은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다.
앞서 했던 잘못된 선택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불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또 조금 더 깊이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떠났다.
나는 늘 목표나 성과 중심의 삶에 익숙했기에,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고 이뤄낼 때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은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출발 전 빼곡하게 세웠던 계획 대부분을 실제로 해보고 온 건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건,
내가 세웠던 목표를 이뤘을 때보다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들에서 더 큰 행복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의 아등바등거림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처음 진심으로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이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조금 더 깊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두 번째 도전이 '걷기'였다.
코로나 시기 완주했던 '서울둘레길'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이번에는 '한양도성길' 분기별 완주와 '경기둘레길'에 도전 중이다.
하나씩 채워지는 스탬프와 완주 배지는
불안함으로 흔들리는 내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쾅 찍어주는 것 같았고,
완주인증서는 상장처럼 느껴졌다.
내가 걸음이 느린 편이라
남들보다 1.5배의 시간이 걸리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3만 보 이상을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풀내음,
눈앞에 펼쳐진 풍경,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명상을 부르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렇게 하루 5-6시간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그 생각들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사춘기 시절, 유치한 일기 몇 줄이 전부였고
내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냥,
내 생각의 끄적임을...
'남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일기'를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수십 번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첫 글을 올리던 날,
라이킷 알림이 하나, 둘 울리고 구독자도 생겼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준다는 사실은
불안함에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내게
생각보다 훨씬 큰 울림이었다.
지금까지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그날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그래서 나는 서툴더라도 써보기로 했다.
잘 쓰는 글보다,
진짜 내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로 했다.
한 화씩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아프기도 했지만,
극복했던 순간 또한 떠올라
조금씩 자신감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지금 내 목표는
이 연재를 11화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건 또 하나의 스탬프이자,
내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참 잘했어요'의 기록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