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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I.9화 글을 쓰며 나를 다시 만나다.

Part III. 다시쓰는 나 : 첫 글을 올린 날, 뜻밖의 위로

by 이로우미




퇴사를 하고 찾아온 여유가 나는 그리 편하지 않았다.

마음은 불안했고,

이번 선택만큼은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다.

앞서 했던 잘못된 선택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불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또 조금 더 깊이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떠났다.


나는 늘 목표나 성과 중심의 삶에 익숙했기에,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고 이뤄낼 때 흥미를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은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출발 전 빼곡하게 세웠던 계획 대부분을 실제로 해보고 온 건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건,

내가 세웠던 목표를 이뤘을 때보다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들에서 더 큰 행복을 느꼈다는 점이었다.

그동안의 아등바등거림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처음 진심으로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이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조금 더 깊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두 번째 도전이 '걷기'였다.

코로나 시기 완주했던 '서울둘레길'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이번에는 '한양도성길' 분기별 완주와 '경기둘레길'에 도전 중이다.

하나씩 채워지는 스탬프와 완주 배지는

불안함으로 흔들리는 내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쾅쾅 찍어주는 것 같았고,

완주인증서는 상장처럼 느껴졌다.


내가 걸음이 느린 편이라

남들보다 1.5배의 시간이 걸리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3만 보 이상을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풀내음,

눈앞에 펼쳐진 풍경,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는

명상을 부르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렇게 하루 5-6시간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그 생각들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는 글을 써본 적이 거의 없다.

사춘기 시절, 유치한 일기 몇 줄이 전부였고

내가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냥,

내 생각의 끄적임을...

'남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일기'를 브런치에 올리기로 했다.


수십 번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첫 글을 올리던 날,

라이킷 알림이 하나, 둘 울리고 구독자도 생겼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준다는 사실은

불안함에 자존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내게

생각보다 훨씬 큰 울림이었다.


지금까지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그날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그래서 나는 서툴더라도 써보기로 했다.

잘 쓰는 글보다,

진짜 내 마음을 담은 글을 쓰기로 했다.


한 화씩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아프기도 했지만,

극복했던 순간 또한 떠올라

조금씩 자신감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지금 내 목표는

이 연재를 11화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건 또 하나의 스탬프이자,

내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참 잘했어요'의 기록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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