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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II.10화 늦은 건 있어도, 틀린 건 없다

Part III. 다시 쓰는 나 : 더 천천히라도 좋아.

by 이로우미

Part III. 다시 쓰는 나 가



가끔, 아니 자주 생각한다.

지금 나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어느 날은 면접관으로 나보다 어린 팀장을 마주하고,

또 어떤 날은 "내가 몇 살만 어렸어도.."로 시작되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둔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너무 나이가 많은 건 아닐까?'

'이제 와서 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들...

이런 생각들은 여전히 나를 흔든다.


하지만 그런 질문들이 떠오를 때면

나는 종종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


남들이 보기엔 대단한 성취는 아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계속 걸어오고 있었다.

쉬운 길은 아니었고,

매번 완벽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유퀴즈에 나온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들었다.


"시간이 흐르는데 변하지 않는 건 없다. 변화 자체는 고민이 아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살면서 변화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고뇌가 되는 것이다."


그 말은 오래 머물렀다.

나는 변화 자체를 두려워했던 게 아니었다.

어쩌면 변화하고 싶으면서도,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나 자신을 붙잡고 있었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나는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두려워하면서도 걸었고

멈췄다가도 다시 도전했다.


그럼에도 자꾸,

'내가 실패한 인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었다.

마음이 휘청이던 어는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박막례 할머니의 말을 들었다.


"실패가 뭔 줄 알아? 했다는 것의 증거야.
그게 경력이여.
성공할 애들이 실패도 하는 거다.
남의 장단에 맞추지 말고 니 장단에 춤을 춰야 해.
너의 박자에 맞추면, 너의 박자에 춤을 출 사람들이 오게 되어있어."


이 말은 위로이기보다 각성이었다.

내가 지나온 모든 실패와 멈춤도

나를 만든 경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박자에 맞추는 걸음인 것이었다.


비교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느리고,

사회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불안한 자리.


하지만 이제 내가 선택하려는 삶은

처음으로 '나를 위한 삶'이라는 확신이 조금씩 생긴다.


잘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틀린 길을 걷고 있다고 느끼진 않는다.


그러니 늦은 건 있어도 틀린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 박자에 맞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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