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원수를 사랑'하기로 했다
시작은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이 뭐야?라는 질문이었다.
이사와 지인에게 받은 다 녹슨 자전거로
아이와 아내 모두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운 참이었다.
자전거 타는 것에 재미를 완전히 느끼고 있었고
이곳은 대부분의 길이 평지라
자전거 타기 너무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도 했었어서
자전거를 사기로 하고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침 집 앞에 Trek 공식 매장이 있었다.
걸어서 가기도 가깝기도 하고 했지만
송도에서 너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사실 가격이 비싼 탓에 Trek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자전거 타는 것 자체가 즐겁지만
조금 더 크고 친구들하고 타고, 하면
그들만의 취향과 그들만의 브랜드가 생길 거라
분명히 곧 바꿔주는 시점이 올 것 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 매장을 둘러보았다.
개인이 하는 자전거 매장들은 모두 친절하지 않았다
살 거 아니면 말도 걸지 말라는 느낌이었다.
질문이 한두 차례 이어지면 귀찮아하는 게 느껴졌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의 3곳과,
조금 멀리 가본 2곳 모두 똑같았다.
가격이나 그런 걸 떠나
그들에게 뭔가를 구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경이나 가보자 하고 Trek 매장에 들어섰다
전문적인 설명과 친절한 젊은 직원들
이쁘고 다양한 자전거들, 자전거 3대 한 번에 싹 맞추고
동네에서 함께 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동네에서 가족이 같이 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80 - 100만 원 사이의 가격대는
구매를 충분히 망설이게 했다.
이래저래 인터넷을 비롯 여러 사이트와
중고와 당근 등을 알아보는 것에 시간을 쓰면서
내린 결론은 그냥 Trek에서 하나 사자였다.
"대신 잘 사서 오래 타자"
그렇게 매장에 갔는데 웬걸,
아이의 키가 애매하게 걸린다.
24인치 어린이 바이크를 타기에는 크고
XS 성인 자전거 중 가장 작은 걸 타기에는 작다
집에 있는 24인치 녹슨 하이브리드를 일단 아이가 탈 수 있으니
아이와 평일에 함께 아내가 탈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젊을 때 자덕이었기에 자꾸 그돈씨를 하게 되었지만,
그냥 눈을 꾹 감고 주행성이 좋은 하이브리 드면서
가볍고 아내 눈에 이뻐 보이는 제품을 찾았다.
FX2 / FX3
제품의 가격은 20만 원 차이가 나지만
특별한 차별점은 포크가 '카본' 이냐 '알루미늄' 이냐 정도의 차이였다.
색과 자전거 사이즈는 아내에게 온전히 고르게 했다.
아내 보기에 이뻐 보여야 자주 타고
아내가 타기 편해야 평일에 아이랑 자주 타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날씨 좋을 때 얼렁 사서 타자"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큰맘 먹고 결제했는데
조립이 밀려 있어서 일주일 있다 오라고.. ㅎㅎ
짧게 썼지만 자전거 사기까지 정말 다양하게 많이 알아보았다.
결제를 하러 가는 그 순간까지 고민했다.
고민을 했던 이유는 자전거가 안 이뻐서도
충분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냥 "비쌌기 때문"이었다.
비싸다는 이유로 나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자전거 알아보는데 썼다
그 시간과 에너지들을
돈을 버는 것에 더 써야 하지 않았을까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회로가
지금 나에게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rek 매장 앞을 지날 때면
그리고 우리가 몇 번 문의하러 갈 때마다
그 비싼 자전거를 사주는 부모들을 보고
다 녹슨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보면서
이곳에서 새로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의 상황과 맞지 않은
것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하며
돈이 원수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내 원수를 사랑하기로 했다.
아내 자전거를 기점으로,
부정적인 생각과 비효율적인 시간 사용에서 벗어나
사이드 수익을 잘 고민해서
아이거 하나 내 거 하나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