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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도서 지원이 사라졌다

그리곤 사내 도서관이 생겼다

by 이로와

많은 회사들이 책 읽기를 장려하고

책과 관련된 복지 정책들을 사용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역시,

입사 때는 책에 대한 복지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도서비에 대한 지원 정책이 생겨났다.


업무와 연결/비연결을 포함해 한해에 대략 100만 원 정도 수준이 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 곧 도서 구입이 축소되고 사내 도서관을 만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리곤 사내의 회의실과 회의실 사이의 공간을 막아 공간을 만들고 도서관에서 관리하고 대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책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경험을 해보니 나의 경우는 오히려 바뀐 경험들이 더 좋았다.


책을 무제한 지원할 때,

주변에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책을 사거나, 사고 싶지만 비싸서 사지 못한 책을 사거나 책을 사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거나 하는 등의 편법들이나, 책을 요청해놓고 책상 위에 읽히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는 모습들을 보았다. 결과적으론 직원의 성장을 위한 복지였지만 '제공'이라는 단어 때문에 비 효율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뺏어먹는 경우들이 더 많았다


나 역시도 뭔가 지원을 한다고 하니 책을 사야 하나 싶은 마음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서점을 가지 않으니 어떤 책이 있는지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기도 했고, 집에 아이의 책이 쌓여 있는 마당에 마냥 쌓아놓을 수도 없어 선뜻 구매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도서관 공간을 만드니 책을 보고 싶지만 뭘 보지 모를 때, 무작정 도서관에 내려가 다른 사람들이 구입한 책들을 보며 책을 고르게 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시스템에 간략하게 남겨놓은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서 책에 대해 힌트를 얻거나 생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역시 좋다. 마지막으로 내가 A라는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추천하는 B라는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A를 읽은 사람이 B라는 책을 신청해 놓아 바로 빌릴 수 있었던 긍정적인 경험도 있다


물론, 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조금 편하게 (밑줄 긋거나 접으면서) 보지는 못하고 기간이 있다 보니 반납과 동시에 같은 책을 계속 대여해서 책을 편법적으로 오래 갖고 있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오히려 나의 경우는 '대여'라는 제도가 대여기간인 2주 안에 어떻게든 책을 보게 하고 책이 재미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책을 구입해 집에 한없이 쌓이는 게 아닌 회사에서 대여해 읽어보고 소장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책들을 (밑줄 긋고 접고 자주 보고 싶은 책들을) 별도로 구매해서 집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단순히 신청과 대여만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회사가 몇 가지를 더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1. 책을 빌려가는 사람의 대여 데이터가 모일 테니, 그 책을 중심으로 회사 내에서 트레바리처럼 참여를 받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수 있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2. 책을 대여하고 읽은 횟수나 / 서평을 기록하는 횟수에 따라 원하는 책을 구입해서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집에 남아 있는 책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거받아 도서관에 배치해도 좋을 것 같다.


4.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들 같은 경우는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한 부 정도씩 놓여도 좋을 것 같다.


우선 바로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


회사의 복지는 구성원들에 대한 호의도 좋지만 얼마나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쓰이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복지는 없기에 가장 많은 인원들이 누릴 수 있는 형태로 그리고 전체의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 발전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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