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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Sep 07. 2020

인하우스 영상 콘텐츠 제작자라면

한 회사를 오래 다니지 마세요

나는 한 브랜드의 인하우스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출장을 가서 식사 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건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동료 "음.. ㅇㅇ님은 지금 저희 팀에서 두 번째로 고인물 이시잖아요?"


할 말이 없어졌다. 

24명 남짓한 팀원 중 두 번째로 오래 다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고 다른 팀원들은 추가적인 촬영을 위해 그 지역에 남았고, 나 혼자 운전을 하고 올라왔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다. 대게 이렇게 촬영이 끝나고 올라오면 촬영한 파일을 분류하고, 백업하고, 툴에 얹어서 작업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그다음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몇 년간 비슷하거나 같은 프로세스로 반복했던 일이 얼음 땡에 걸린 것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어제의 대화 이후 발생한 질문이 계속 머리를 돌고 있었다. 

'왜 오래 회사를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을까



인하우스에서 영상 제작일을 하며 한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1. 회사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범위가 다양하지 않다.

 - 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물론 중간중간 디자인 디벨롭이 되겠지만 큰 틀에서의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하다가 가장 잘 전달되는 '스타일'을 발견하게 되면 그 스타일이 고착화된다. 엄청 진취적인 마케팅 부서가 있지 않는 이상, 빠르고 다양한 메시지를 담을 수 있으면서 브랜드와 크게 이질감 없는 형태를 추구하게 된다. 직장인의 목적은 칼 퇴기 때문이다. 


2. 포트폴리오가 뒤죽박죽이 된다

 - 1번 같은 이유로 스타일을 발견해서 쭉 가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 시기에 잘 만들어진 혹은 회자되는 스타일로의 강요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 최대한 비슷 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형태를 만들게 되는데, 문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리드하는 사람이 이와 관련된 인사이트가 넓어 잘 진행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정말 재앙을 만나게 된다. 왜 그런 방법을 썼는지, 그게 왜 효과적인 지에 대한 분석이 없이 적용해서 만들다 보면, 그 순간순간의 평가나 피드백은 좋을 수 있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 것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3. 연차가 길어질수록 범위가 제한된다 

 - 연차가 길어질수록 회사 내에서 고연차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금까지 만든 것들이 가이드가 되어서 지속 반복적으로 빠르게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무엇을 만들어도 그 이상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특성상 연봉이 오르고 직책이 오르면 회사가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당연히 더 커지기 마련이다. 다만, 영상 제작 쪽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회사가 성장했다고 해서 영상 제작의 필요 범위가 크게 달라지거나 영상 제작의 규모가 크게 커지지 않는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만들 수 있는 영상의 제작 범위와 규모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연봉은 오르고 연차는 쌓이는데 하는 일의 범위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만드는 영상에 대한 소재만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거나 하는 일이 조금 더 전문화되거나 발전이 있어야 하는데 '영상제작'의 범주에서는 대부분 그냥 제작일뿐이고, 그 평가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 나이는 들고 연차는 쌓이는데 진행한 프로젝트와 영상들이 다 비슷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처음 영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촬영장비를 만지는 게 중요했고 조금 지나서는 편집 툴과 모션을 잘 만지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브랜드, 커머스 등의 장르를 다양하게 만들어본 경험이 중요한 시대이다 


하드웨어의 발전,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통해 '영상기술'과 '지식'은 그렇게 중요해지지 않고 있다. 

다양한 장소와 환경에서 부딪히며 익힌 대처 능력들 역시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몇 번의 면담을 하면서 제작을 내려놓은 콘텐츠 마케팅 쪽이나 영상 기획 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었지만, 결국 회사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제작'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위의 글을 올해 초에 적어 놓은 글이다


그리고 그 이후 몇 번의 면담은 있었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회사는 여전히 내가 쌓고 싶은 방향은 궁금하지 않은 채

한정적인 권한과 방향에서 연차에 맞는 더 높은 무엇인가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높아진 연차만큼이나 아이도 커가고 있기에 

쉽게 회사를 관두거나 조건을 내려놓고 이직하기도 어려워 

고인물이 되어가는 지금,


새로 시작하거나 아직 어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전하고 싶다

1.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지식에 집착하지 말아라 

2. 한 회사에서는 그 회사의 강점에 맞는 영상 카테고리 한 두 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라 

3. 그런 다음 빠르게 다양한 카테고리를 경험할 수 있게 이직해라

4.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는 C레벨은 안 나온 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5. 마지막으로 영상제작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빠르게 다른 직군으로 도망가라ㅏㅏ


앞으로도 

콘텐츠 그리고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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