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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육아휴직이 시작되었다

by 이로와

육아 휴직이 시작되었다.


1.

잔여 연차 소진 중 마지막 반차가 남아 장비 반납과 연차 기간 중 있었을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회사로 향했다. 짐은 육아휴직 이야기를 한날 면담에서 바로 내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자리 이동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서 연차 전에 모두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회사에 도착해 회계처리 관련된 기안들을 살핀 후 처리를 하고, 휴직과 관련된 기안서와 휴직과 관련된 시스템에 등록을 진행하였다. 우리 회사는, 퇴직과 휴직의 프로세스가 똑같아서 이것저것 확인을 하고 나한테 주어졌던 라이선스들을 반납하고, 법인카드와 장비들을 반납하고 나니 이 회사와 연결되어 내 손에 남은 것은 사원증 마저 반납하면 이대로 퇴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 흔적은 지워지고 있었다


2.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반차의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자고 해서 간간히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상황들에 따라 내용은 달랐지만 대부분은 '휴직이 되는지 몰랐다'와 '부럽다'였다. 우리 팀만 해도 20명 가까이 되는 인원 중, 아이가 있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실장님 뿐이었고 나와 인사를 나눈 대부분의 분들도 아직 미혼이거나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들 육아유직을 해도 '급여'가 나오는 줄 알고 있었고, 정부에서 받는 금액이 그렇게 적은지 알지 못했기에 금액을 듣고 나서는 다들 본인이 내 상황이라면 쉴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지 말라고(?) 응원을 해줬다



3.

사원증을 반납하고 짐을 차에 싣고 나서 앉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처럼 떠나는 기분이었다.

반대로 나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은 걸까?


내가 없어도 회사가 계속 돌아가는 것 같이

회사가 없어도 내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내 삶을 더 챙기고 정비하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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