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아빠의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는지도
잠시 후 출근하면 육아휴직이 시작된다.
1.
3주 전 촬영 출장을 다녀와서 현타 오는 일이 반복되어 터졌고
외벌이 가장의 책임감으로도 버티기 어려운 정신적 한계를 넘어섰었다.
단순히, "스트레스 받네"로 끝나는 것이 아닌
내가 이상해지는 것을 계속 마주하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곤 집에 와 아무 일 없는 듯 보내곤
불 다 꺼진 거실에서 혼자 통장을 들여다보며 계산을 해보았다
2.
주변의 친구들은 태권도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한다는데
그 흔한 사교육 하나 하지 않는 우리의 생활이지만
정말 월급이 들어오면 고정되어 있는 돈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면
한 달에 10만 원도 채 남지 않을 정도로 빠듯하게 살고 있었기에
스트레스받고 화가 나 퇴사를 하고 싶단 마음은
내 선택으로 아이나 아내의 생활까지
무너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통장을 보면 그 마음이 사그라들곤 하였다
그렇게 또 현실적인 문제 앞에 마주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며
경제적으로 완충을 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육아휴직을 떠올리게 되었다
3.
회사 자체가 너-무 싫다기보다,
이제는 고인물이 되어 정체되어 있는 작업일에 대한 환기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퇴사로 발생하게 되는 경제적인 불안감을 기한을 두고 조금은 완충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육아휴직은 외벌이에게는 어불성설이긴 하다
급여를 기준으로 상한이 150만 원, 그나마도 75%만 지급되기에 한 달에 들어오는 돈은 110만 원 남짓인데
3 가족 기준 냉장고만 파먹는다고 해도 100만 원으로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달에 들어가는 전체 생활비에서 100만 원이 고정적으로 확보가 된다면 영상 콘텐츠 제작이 주 업무였으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되지 않을까?
(육아휴직 역시 법이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정해진 시간과 비용이 있다) 일정 부분은 일을 할 수는 있다.
다만, 쿠팡 파트너스 같은 비근로소득도 함께 포함되는 게 함정이긴 하다)
4.
조금의 가능성이 보였지만
쉽사리 결론 내리지 못하고 다시 3일을 더 고민하던 중에 다시 사건 하나가 터졌고
그날 저녁 다시 홀로 앉아 고민을 하다. 실장님께 두 시간에 걸쳐 한 땀 한 땀 메일을 쓰곤
다음날 면담을 하고 육아휴직을 하기로 확정하였다.
육아휴직을 결심하기 전 3일 동안 엄청 많은 '외벌이 육아휴직'에 대해서 글을 찾아보았는데
글이 거의 없었기에 육아휴직을 하면 외벌이 아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도 공유하고
나중에 나 역시도 돌아볼 수 있는 기록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남겨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