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한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SNS에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된 글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구입할일은 없지만 85" TV 직구 관련된 글을 보다, 문득
회사를 다니면서 소비하는 행위를 하는 것과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소비를 절제하는 행위 중
무엇이 더 좋은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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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을 하고 나서 모든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
딱 한 가지, 바로 '돈 쓰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무엇인가를 사야 해서, 찾아보고 이게 최저가라는 믿음이 들어도
구매 버튼을 누르는 행위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외벌이 아빠들이 육아휴직 전에 꼭 고려해볼 부분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회사를 다닐 때는 사야 하는 게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고
뭔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고 싶은 것'을 주로 보곤 했는데
휴직을 하고 나니 '사고 싶은 것' 은 둘째치고
집안일을 돕다 보니 사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휴직을 시작하며 아내에게
"있으면 좋은 것들은 사지 말고, 정말 필요한 것만 사자"
라고 이야기했지만
문제는 '있으면 좋은 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고
소소한 금액대의 것들을 사지 않기 시작하면
그런 것조차 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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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스트레스, 안 사도 스트레스인 상황 속에서
다시 일을 하는 게 나은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휴직 직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스트레스를 떠올려보았다
휴직 직전의 내 스트레스 지수는 4살 아이의 심장수술과 아버지의 암수술이
일주일 차이로 있었던 때의 스트레스보다 더 심하다고 느끼며
외벌이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을 뛰어넘는 스트레스라 휴직을 했기에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지 못하는 스트레스 <<<< 사는 스트레스 <<<<<<넘사벽<<<<<<회사 스트레스
(여기까지 쓰고 조용히 쿠팡과 결제나 쇼핑과 관련된 앱을 삭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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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을 보고도 아이에게 못 사줄 때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곤 하지만
반대로 좋은 것을 사거나 사줬을 때는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 같이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구입하고 소유하는 행위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표현이자 자존감을 올려주기도 한다.
다만, 지금의 나는 멈춤이 필요했고
지금의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만 있는 지금이
이전의 내 생활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상황이다.
오늘 글을 적으며
다시 돌아가지 않고 돈을 벌어 소비를 할 수 있는 생활,
그 생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