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일정하게 가는데 내가 너무 느리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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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9일
누군가는 축적하는 듯한 삶을 살고,
누군가는 소비하는 듯한 삶을 산다.
쏟아내야 채워지는 사람이 있고,
채워야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 보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 인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과 일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그 속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곳을 벗어날 수밖에 없고
그 속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발전할 수가 없다.
육아 휴직을 하고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첫 주에는 예전에 써놓은 이력서의 면접 연락이 와서 그것들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전에 하지 못한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아, 면접 때 엄청난 실수와 함께 꽤 심한 정신적 타격을 받아 회복하느라 쉽지 않았다)
둘째 주는 아내가 이사 와서 지금까지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뤄주는 시간들 그리고 혼자 계신 장모님이 요청하셨지만 해드리지 못한 것들을 처리하며 보냈다 (창고 정리, 용품 구매, 커튼 설치, 중고 거래, 이케아 방문, 김장 등등)
셋째 주는 수료로 남겨 놓은 논문을 끝내보자며 시작하였지만 아이의 감기 +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병원을 다녔고, 아이를 케어하며 떨어진 아내의 컨디션 케어와 후반에는 아이에게 나도 감기가 옮으면서 쉽지 않은 한주를 보냈다
넷째 주는 다시, 유치원을 안 가는 아이의 공격을 받으며 조급함을 안고 논문을 찔끔찔끔 보며, 돈 될만한 게 무엇인가 기웃기웃하는 조금 산만한 한주가 흘러가고 있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 기대했던 삶은 사실 이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심해진 탓도 있고, 아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내 패턴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인 것도 있다.
경제적인 부분을 최대한 신경 쓰지 말자며 안 쓰다가도, 들어오는 날은 사라졌지만 나가는 날은 남아 있기에
그마저도 쉽지 않고 갈대 마냥 마음이 흔들리며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쓰기도 한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이 기간 안에 하자!라고 다짐한 것들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것들을 하며 그래도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시간이 쏜살같이 빠른 게 아니다.
시간은 일정하게 가는데 내가 너무 느린 것이다.
어느덧 처음 계획했던 기간의 1/3이 흘렀다.
어느덧 33.33% 지나버린 육아휴직을 회고하며
남은 기간을 잘 쓰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