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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Dec 21. 2020

눈이 오자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경제적인 기회비용으로 만든 육아휴직의 시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육아휴직을 하곤 한 달이 모두 지나갔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되고 되지 않기에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는' 말처럼


휴직을 하며 원래 계획했던 일들도 모두 틀어졌고

제대로 하는 것은 없으면서 쫓기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늦은 밤과 스트레스와 함께 깊은 새벽을 보내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의 감정상태 때문에 잠을 잘 못 잤을 텐데,

아내는 아침에 눈이 쌓인 것을 보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나에게도 함께 나가자 했지만

전날의 정신적인 여파가 끝나지 않았던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잠시 흐른 후 

문득 어디 있나 싶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집 바로 앞이 대로변이기도 하고 

겹겹이 쌓여 있는 아파트 구조상 사실 

보일 거라는 기대 없이 내다보았는데 

아파트 사이로 아내랑 아이가 보였다




아내와 아이는 눈이 쌓인 작은 공간에서 

뛰어다니면서 눈싸움을 하고 

그 순간을 가득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 함께 하지 않은 내 모습 속에서


휴직을 하곤 시간을 완전히 즐기지도 

그렇다고 무엇인가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사이 


내린 눈이 녹아 없어지듯 

지금의 시간들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을 무엇으로 담고 싶은지 고민을 해보다가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왔다. 


인문학 관련 책을 

챕터를 나눠 매일매일 조금씩 읽고 있는데, 

오늘 읽은 부분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고, 이직을 하거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있노라면

집에서 집안이을 하고, 아이랑 놀아주곤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가 끝나버리는

하루에 지칠 때가 있다. 


그 지침은 핑계가 되고

다시 무엇인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삶의 반복을 만들어 냈다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지금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경제적인 것이나 일에 대한 것 등 

너무 많은 생각들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려놓고 단순화 하는 것이 필요했다 


'진정한 행복의 원천은 우리들 가슴에 있다.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리석다' 


'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사실 무엇인가에 계속 집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 -> 이직하고 싶다.로 이어지는 굴레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이력서를 쓰거나 

돈 벌 궁리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쉴 수 있을 때가 또 언제 있을까?" 라며 

경제 활동의 기회비용으로 얻은 


지금의 시간들을 오롯이 보내지 못하곤

더 나은 삶을(혹은 회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엇인가 하나의 발전적인 것을 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시간들이 쌓여 가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이와 아내와 내 행복에 조금 더 집중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휴직중에 계속 퇴사 소식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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