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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Jan 19. 2021

나 빼고는 다 잘하는 이직

LG화학 콘텐츠 제작 경력직 도전기

주변에서 이직 소식을 계속 듣고 있지만 

계속해서 실패하는 나날들이 이어져 왔다


"나 빼고는 다 잘 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안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조금씩 비워낼 때쯤

우연히 LG화학에서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지난번 실패 이후 타격이 조금 크기도 했고,

육아휴직의 기간이 이력서를 쓰고 기대하고, 실망하는 기간으로 

가득 채워질까 봐, 헤드헌터 분들에게 연락 오는 것은 모두 거절하고 있었는데

직무와 하는 일이 기존에 하던 것과 너무 찰떡이라 고민을 하다 

언제나 그렇듯, 가볍게 제출해보자며 시작을 했다. 


(직무 상세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에 부합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모든 내용이 부합했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막상 서류를 쓰기 시작하니 무거워(?) 졌고 

자기소개, 경력기술 같은 부분을 주말 내내 꼬박 쓰고 제출을 했다. 


제출을 하곤 거의 한 달이 지날 때쯤 서류 합격 통지를 받았고

기쁜 마음도 잠시 '과제'가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사이트로 만들어 제출했는데.. 별도의 과제라니..

과제의 내용은 코로나 단계별 실행방안(질병관리본부)의 사이트 링크와 함께 

단계별 직장에서의 근무 실행방안에 대해 자유 형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라는 내용이었다. 


1. 우선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장에서의' 내용만을 엑셀로 옮겼다 

2. 단계별로 내용을 다시 정렬하고, 중복되는 내용들을 체크했다 


그다음 이 내용들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현시점에서 실사 촬영은 어렵고, 모션으로 하자니 다른 지원자 분들도 많이 할 것 같아서 

조금 더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그림을 그려서 하기로 하였다. 

(모션, 실사 촬영 같은 부분은 포폴에 이미 제작능력(?)을 볼 수 있으니 

 내용 전달과 다름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처음에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 스톱모션 형태로 제작하려고 했는데,

2분은 120초 = 초당 30 프레임 일 경우 / 360장의 사진이 있어야 하고

1 / 1.5 / 2 / 2.5 / 3 단계의 5가지 다른 상황이 있어야 하다 보니 

실제 내가 작업할 수 있는 3일보다 너무 적어 포기하곤 

패드로 그림을 그려 구성하기로 하였다 

(그림은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꼬박 2일을 꽉 채워 작업했다.

초안을 잡고, 부족한 요소들을 추가하고, 다시 조정하고를 반복해 만들었다.

 

(제출할 땐 이름을 제대로 써서 제출했다)


 



과제를 제출하곤 면접을 준비했다.

예상되는 질문, 내가 면접관이라면 할만한 질문들을 뽑아 작가의 서랍에 적어놓고 답을 작성해보았다.


1. 과제에 대한 질문

- 왜 그렇게 제작했는가 / 제작 의도

- 기간 

-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

- 아쉬운 것 

- 실사로 촬영했다면? (실사 경력이 많아서 넣어보았다) 


2. 엘지화학 관련

- 우리가 무슨 일 하는지 알고 있는가?

- 석유사업본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

- 어떤 일을 할 것 같은가?

- 입사를 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3. 엘지화학 유튜브 관련

- 유튜브를 보았는가?

-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가?

- 본 것 중에 무엇이 기억에 남는가? / 그 이유는?

- 본 것 중에 아쉬운 것은? / 개선 방안은?


4. 기존 직장 관련

- 이직하려는 이유는?

- 기존 직장에서의 성과는?

- 그 성과 중 가장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것은?


5. 개인적인 

- 자기소개 

- 가장 대표되는 성과를 하나만

- 지원동기

- 성격 장단점



위의 질문들에서 꽤 많은 질문들이 나왔는데, 

과제는 어차피 오픈되어 있으니.. 과제에 대한 답을 적어보자면 이런 식으로 준비를 했다. 

(참고로 '아쉬운 것' 외엔 모두 질문으로 나왔다)


1. 과제   

왜 그렇게 제작했는가 / 제작 의도
 - 영상을 제작할 때는  영상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구성을 잡는데, 해당 영상은 내부 교육 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의 팩트를 중심으로 단계별 달라지는 점을 조금 더 담으려고 구성하였다. 
- 실사 촬영에 대한 부분은 생각할 수 없어 애프터 이펙트를 활용한 슬라이드 쇼, 혹은 스톡 영상을 구매해서 작업을 하는 것도 고려하였으나, 조금 더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를 고민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다 실제로 그린  그림으로 제작하는 것을 떠올렸다.
 - 코로나 단계에 대한 영상이지만 일부러 조금 활기찬 음악을 사용하였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상황은 나빠지는 것이지만 그에 다른 대처는 그 상황들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하고, 관심을 갖고 끝까지 봐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조금 더 활기찬 음악을 사용하였다.


기간은?

 - 기획 및 제작 / 제출까지 3-4일 정도 소요되었다. 처음 구성을 잡고 초안을 작업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들었다. 막상 편집이 시작되고는 2일 정도 소요되었다.


가장 중점으로 생각한 것?
- 최대한 공식자료의 내용을 담아내는 것, 그리고 단계별로 달라지는 차이점을 잘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업했다. 
- 사실상 2단계부터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대한 차이가 없어지지만, 앞부분에서 구분을 나눴고, 이미지로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따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전달의 일관성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그대로 나눠 진행하였다.


아쉬운 것?
 - 코로나 단계별 차이 점이 생각보다 없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기획에서 시간을 좀 많이 쓰게 되면서 제작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 반복적인 그림들 위주로 작업하게 된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 현재 작업물에서 변경을 해야 한다면, 내레이션을 변경하고 싶다.

 


다듬어 적기보다 최대한 그냥 생각나는 말들을 흘려 적어놓곤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 놓은 것을 수정하지 않은 채 조금씩 입에 붙는 형태로 다듬으며 준비했다.

(위의 글도 아주 초기 적어 놓은 것에 수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면접이 진행되었다. 

비대면 면접에 대한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적어보자면 


LG화학 면접은 Webex로 진행된다 

 

사전에 대기실의 Webex 설치 방법, 주소, 비밀번호 등이 전달된다. 

'대기실'은 면접 보기 전에 사전에 접속하여 있어야 하는 장소이다 


대기실에 들어서면 인사담당자가 다시 채팅창을 통해 면접 링크와 비번을 알려준다 

대기실을 나가 그곳을 들어가게 되면 실제 면접이 시작된다. 


면접은 인사담당자 1 / 면접관 2으로 진행되었고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과제를 제출한 만큼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되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되었다. 

(영어 면접이나 압박 면접은 없었다) 


그렇게 30분간 면접이 끝나고 2시간을 기다린 후

LG FIT way (LG인성검사)를 보았다. 

그렇게 2차 면접이 끝이 났다. 


 (인적성 책을 샀는데.. 적성은 보지 않았다)


내가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했다. 


한 곳에 오래 있었던 탓에 조금 몸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급속도로 변하는 콘텐츠 분야에서 '고인 물' 이라니 싶지만

한 카테고리에 오래 있다 보면 그 업계 콘텐츠에서 통용되는 방법들을 모두 알게 되고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그 경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회사 역시, "네가 하던 게 있는데"라는 말을 하며 

제작의 범위와 규모는 제한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확장은 어려워진 채 숫자를 요구하게 된다. 


팀의 방향성, 제작의 방향성, 그리고 역할(롤)은 어느새 고정이 되어 버리고

안정을 추구하는 형태로 가버릴 때, 그리고 그것이 습관화될 때

콘텐츠 제작자가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고인물이 되어버린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원하는 숫자 잘 맞추면 되지 인 것 같지만 

숫자를 맞추기 위해 잘 나올 것을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새로운 카테고리로 가서 아예 기존의 것을 접목시키든, 

조금 더 팀 혹은 전체 콘텐츠의 방향성을 리드를 하는 방향으로 롤을 확장시키든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간절한(?) 기도 속에 2주가 흘렀고 

결과가 나왔다. 





취업과 면접은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운이 따라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

그날 다른 지원자들 중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는 운도 따라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노력과 생각들

이력서를 쓰고 과제를 만들어내고 면접을 준비한 노력들 만큼 

운이 따랐기를 바랐지만, 더 적합하고 좋은 다른 지원자가 있어 

인연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다들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을

털어내려고 쓴 글인 만큼.. 

과제의 삭제와 함께 좋지 않은 기운들을 모두 삭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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