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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텐츠 제작자로 남고 싶지 않다

매일 밤 달처럼 찾아오는 풀리지 않는 고민

by 이로와

요즘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20 대에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쫒아 살았다면

30 대에는 조금 더 삶 위에 일을 쌓아가고

40 대에는 '내 일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창업도 해보고 이것저것 기울이던 20대를 지나

영상 콘텐츠 제작을 30대 내내 해왔다.


기획하고 준비, 촬영, 편집, 배포 등의 일을

한 브랜드 안에서 해오면서 참 다양한 영상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영상을 만들며 살아왔지만

사실 40대가 되고 50대가 돼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며 혼자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영상 콘텐츠 제작자와

영상 콘텐츠 기획자의 사이에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기획' 이 아닌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의 영상 콘텐츠 기획으로 커리어를 쌓아가며

영상 콘텐츠 기획자 되고 싶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자

=> 콘텐츠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구상, 준비, 촬영 / 편집 등 진행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의 영상 콘텐츠 기획

=> 전체 브랜드 방향성과 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는 개별 콘텐츠의 큰 그림을 짜고

영상 콘텐츠가 보이는 위치, 서비스와의 연결점 등을 모두 정리하는 기획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 / 전체 기획으로 넘어가고 싶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 재로,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대로 쓰이는 영상'에 대한 이해가 없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브랜드 안의 다양한 법인들과 서비스들에 관한 영상을 만들면서 '왜 영상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만들어진 후, 영상은 내부적으로 모두 만족하는데 제대로 쓰이지 않거나, 아니면 만들고 나니 쓰임이 달라 리소스만 투여되고 버려지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리고 분명, 만들면 좋고 잘 표현될 수 있는 파트가 있는데 막상 그 파트는 영상에 대해 모르니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영상 제작에 대한 경험과 이해들은 서비스 전반을 살펴보며 영상이 잘 쓰일 수 있는 요소들에 맞게 적정 공수의 기획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그런 영상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두 번째로,

영상 콘텐츠는 1인이 제작할 수 있는 퀄리티와 방식에 한계점이 분명히 있다. 물론 한 사람이 두 사람처럼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힘도 많이 들고, 시간적인 낭비가 매우 크다.

(실제로 나 역시도 혼자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짐벌+광각 / 삼각대+표준 / 드론 / 이렇게 3개를 갖고 같은 곳을 세 번씩 돌며 촬영하곤 했다. 다양한 컷과 퀄리티는 나올 수 있지만, 1차 촬영하고 왔는데 날씨가 바뀐다 던 지, 나중에 편집점에서 미묘하게 안 맞는다 던 지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촬영을 하고 돌아와서 편집을 하거나 디자인을 구성할 때 역시 스타일이 제한되기도 한다. 소재를 찾고 촬영 준비를 하고, 촬영을 하고 돌아와 가편, 후편, 마무리하고 업로드를 하면서 다시 소재를 찾으려면 시간에 쫒지게 되고 그 안에 들어가는 디자인적 요소나 자막 바, 표현들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점점 더 미리 만들어 놓은 템플릿이나 표현으로 고정되어지고 영상은 비슷한 형태로 흘러가게 된다.

1인 제작에서의 경험에서 마주한 한계들은 확실히 아이디어나 생각, 표현들을 제한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포기하게 되거나 만들지 못한 영상 콘텐츠들이 너무 많았고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경험과 이해, 그걸 바탕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충분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나는 판을 짜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결정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에게 목표와 방향에 대해 동기부여를 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을 즐겁게 생각한다.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가설을 세워보는 것을 좋아한다. (성과가 항상 좋거나 항상 오른 의견만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가 갖고 온 아이디어에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을 붙이거나 시도해보는 것 역시 매우 즐겁다.


마지막으로,

요즘 영상 잘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그중에 한명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과 함께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영상 콘텐츠의 시선과 표현 방법에 대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획자가 A라고 기획을 했는데 촬영자가 a를 찍어왔고 편집자가 '에이'를 만듦으로써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사용자들이 보게 하는 경로에 대한 부분을 '기획' 하지만 촬영하고 편집에서 그 파트를 맡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표현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그게 더 좋을 수도 나쁠 수 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함께 만들어 가는 그런 큰 범위에서의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기존에 드림어스 컴퍼니(FLO)가 너무 적합했는데.. 놓치곤 아직도 하루에 몇 번씩 이불 킥을 하곤 한다)



다만,

현실은 이렇게 커리어를 변경하며 이어나가기가 어려움을 느낀다.


현 직장 내에서는 "네가 하던 게 있는데 회사에서 네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라는 형태로 회신을 받았었고

그런 직무는 대부분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에 지원을 하더라도 포트폴리오에서 보이는 1인으로 내가 제작하는 것이 내가 기획할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계속 고민을 해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봄이 오기 전에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혼자 카메라 짊어지고 삶의 무게를 체감하며 촬영을 다니고 있을까.


몇 년간 고민한 이 고민의 끝이 이제 좀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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