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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Jan 27. 2021

의자에 대해

작작 1월 




이케아 오드게르 (IKEA ODGER)


1. 

이사를 하면서 전에 없던 거실이 생겼다.

아내와 나는 "거실에 티비는 놓지 않는다"라는 기준은 명확했기에 

거실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지만 

아이 중심이 아닌 조금 더 우리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아내도 그 생각에는 동의 했다.


2. 

우리는 데이트를 하던 시절부터 카페에 가서 2~3시간 동안 별말 없이 

서로 해야 할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했고, 그런 시간들을 즐겼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우리에게 그런 시간은 사라졌고

테이블과 의자는 통행을 방해하고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가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이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같이 볼 수 있을 만큼 많이 컸기에

다시 거실에 테이블과 의자만을 두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거실을 가로질러 240 짜리 테이블을 놓았다 (이케아 에케달렌)


4.

거실에 두는 테이블의 사용에 대한 원칙이 있는데

카페처럼 자신이 할 일을 하곤 다른 사람도 편하게 앉아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테이블 위를 치워줘야 하는 것이다.


(이 룰이 있어도 이미 아이의 색종이와 스케치북으로 거의 매일 차있다)


5. 

거실의 사용과 테이블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나니 

이제 의자를 선정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테이블은 '물건'이 올라가지만

의자는 '사람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돈을 주더라도 꼭 맘에 드는 것, 그리고 시간이 들더라도 꼭 가서 직접 보거나 체험해보고 사야 하는 가구가 두 가지 있는데 바로 의자와 침대이다) 


6. 

우리는 의자를 고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의 몸은 모두 제각각이라 같은 의자라고 해도 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직접 앉아보고 만족하지 않으면 사면 안된다는 생각이 명확했고, 

아내는 거실 속 테이블과의 심미적인 조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의자를 사기 전까지 스툴에 앉아 생활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생각하는 의견을 존중하며 그 사이의 접점을 찾기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디즈나 허먼밀러 같은 소재와 기능 적인 부분을 포기했고 

 아내 역시 원하던 디자인의 의자들을 포기했어야 했다) 


7. 

사실 완전히 맘에 쏙 드는 의자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근접하게 맘에 들어했던 의자는

이케아에서 앉아본 오드게르 였다 (이케아의 테이블 의자는 모두 앉아본 듯 싶다) 


다만, 아내가 가장 맘에 들어했던 브라운 컬러는 단종이 되어 구입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고 

일단 아쉬운 대로 아이보리만 두 개 사고, 브라운은 긴긴 시간 장터 매복 끝에 하나를 더 구매하여 

지금은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8. 

왜 이렇게 의자를 구입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 


우리는 의자 위에서 참 다양한 것들을 한다. 

밥을 먹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하루 중 꽤 오랜 시간 우리는 의자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참 중요한 가구라고 생각한다.


9. 

이렇게 의자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이 의자 위에서의 시간들을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게


언젠가 나도 나이가 더 들어 이 의자보다 더 편하고 좋은 의자를 찾을지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이 의자 위에서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작작 : 월간, 정기, 강제, 산출 프로젝트

2020.1 -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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