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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leena Aug 18. 2018

뒷골목의 날 선 눈동자

부적응의 보고타, 낯설고 생경했던 불안과 공포


잊을 수 없는 눈


사람 사는 데, 별거 없네.


양말이며 반바지며 사야 할 것들을 해결하고자 한 우리는 이 골목이 저 골목 같고 이 가게가 저 가게 같아질 때쯤 쇼핑센터를 찾아 나섰다. 볼리바르 광장 아래쪽,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위치에 꽤 큰 규모의 쇼핑센터가 있다 안내하는 지도를 따라 광장 아래로 향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던 오전과 달리 건물 사이사이의 좁은 골목골목으로 햇살이 스며들어오던 때. 그러나 들뜬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이방인을 향한 단순히 호기심과 적대감으로 분류하기에 그들의 완연히 날 선 시선은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낯설었다.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담긴 수십 개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우리에게로 향했다.


단지 한 골목 벗어났을 뿐이었다. 몇 걸음 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둘기를 쫓는 아이들과 유쾌한 경찰, 시선을 끌려 목소리를 높이는 상인들이 가득한 구역이 있다. 호기심에 찬, 어색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시선이 기분 좋게 뒤엉킨 구역이 있다.


모든 게 지나친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 하나 없는, 기시감과 긴장으로 숨 막힐 것 같았던 거리는 우리를 절로 몸을 사리게 했다. 두리번거릴 여유 없이 걷는 동안 쉽사리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내 들거나 우리의 언어를 사용해 가며 떠들 수 없었다. 어서 새로운 골목이 나타나 이곳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낯설고도 생경했던 감각은 거짓 없는 공포와 불안에 가까웠다. 커피 한 잔으로 금세 이전의 활기를 되찾은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술에 취해 밤거리를 쏘다니고는 했지만 말이다.



서울에 도착한 뒤에서야 그때의 감각을 다시금 꺼내 본다. 왜 많은 이들이 콜롬비아의 밤거리를 함부로 걷지 않는 걸까. 왜 몸 사리는 것을 유난히 아닌 현명한 처사라 말하는 걸까.


대체 콜롬비아에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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