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룰때 Jan 10. 2021

시간은 아무 하고나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은 아무 하고나 친해지지 않는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이 불공평한 세상에 굳이 그나마 공평한 것을 억지로 찾자면 시간의 양이다. 공평하게 하루는 24시간, 공평하게 같은 해가 뜨고 진다.

돈을 왜 버는가?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 좋은 시간을 사기 위한 것이다. 부자에 열광하는 것도 결국 부자는 더 좋은 시간을 더 많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세상은 또다시 불공평해진다. 시간의 양은 공평하나 불행히도 시간의 질은 그 격차가 사람들마다 너무나 크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시간이 내 편이 되어준다는 얘기들이 있다.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주는 복리의 마법’, ‘시간이 해결해준다’ 등등. 사람들은 시간을 참 쉽게 본다. 살아보니 시간은 그냥 내 편이 되어주는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더라. 시간은 아무 하고나 친구 먹지 않는다. 시간을 수표가 아닌 현금처럼 확실하게 쥐고 쓰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나 시간은 그의 편이 되어준다. 나에게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의 영감을 준 책이 있다. 샘 혼의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이 책에 샘 혼의 아버지 얘기가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농민교육 담당자인 아버지는 농사를 지려는 사람들에게 교육, 자문을 해주느라 매주 5, 6일을 수백 킬로미터씩 운전하며 보냈다. 그런 아버지의 오랜 꿈은 은퇴 후 모든 국립공원을 빠짐없이 가보는 것이었다. 드디어 은퇴를 하고 그랜드 티턴, 그레이트 마운틴, 시온 등 간절히 가고 싶던 곳들을 되새기며 꿈을 실천에 옮길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은퇴 후 일주일이 되는 날 호텔 화장실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말했다. 끝내 꿈은 이루지 못했다. 꿈꾸던 “언젠가는”이 왔다는 확신이 드디어 들었을 때, 그때가 그에겐 꿈을 저버리는 때가 되어버렸다.

살면서 “언젠가는”으로 미뤄둔 것이 얼마나 많던가? “언젠가는 할 거야.”, “돈을 조금 더 벌고 나서”, “이거 바쁜 일만 마무리하면”, “조금만 더 쉬고”,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나면”, “퇴직하고 나면”.... 얼마나 확신하는가? 당신이 정한 그 “언젠가는”이 진정 꿈을 실현할 가장 적절한 순간일 거라는 것을. 은퇴 후에는 그 “언젠가는”으로 간절히 믿던 이도 결국 그 “언젠가는”이 모든 꿈을 접는 순간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우리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부처


꿈을 꾸고 있는가? 그저 “꿈만 꾸고” 있는가? 꿈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이 저절로 그 꿈을 완성시켜주지 않는다. 이 세상에 대가 없이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꿈만 꾸며 그 대가를 지불할 시기를 계속 계속 미뤄둔다. “언젠가는”의 뒤에 숨어서... 그렇다고 1분 1초를 쪼개 숨 가쁘게 인생을 살라는 건 아니다. 나도 한 때 그렇게 산 적이 있다. 분단위로 쪼개어 일, 육아,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 재테크 공부, 운동, 글쓰기 등. 그 시간들을 돌아보니 그 당시에는 “지금”이 없었다. 오로지 “미래”만 존재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인생 얘기나 더 들어볼걸 싶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암을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음수표와 같은 미래에 내 인생 전부를 맡길 수는 없다. 확실한 가치를 지닌 현금인 지금에 내 인생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나 자신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바라던 꿈을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지금 바로 현실로 누리며 살고 싶다. 큰 꿈을 미래의 “언젠가는”으로 미뤄뒀었다면 조금은 덜 멋져도 조금은 작아도 조금은 덜 완성되어도 그 꿈의 의미를 지키며 소소하게 사소한 꿈으로 “지금 당장” 꿈을 누리며 살고 싶다.


“Someday is not a day in the week”
달력에 Monday, Tuesday는 있어도 someday는 없다. 그러니 인생에서 Someday를 Today로 치환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한다. 미래에 거창한 꿈보다는 지금의 소박하지만 확실한 꿈을 누리련다.

작가의 이전글 위로에 대한 비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