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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룬 Oct 29. 2022

찬찬히 읽어보고 곰곰이 씹어보는 너와 나의 이야기

우리들의 진솔한 소통 과정

화창한 어느 날, 오랜만에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단골 카페로 향했습니다.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즐거운 얼굴로 깔깔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수다가 고파지더군요. 그래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친구에게 같이 수다 떨 친구가 없다며 투정 담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잠시 후, 메신저 속 숫자 ‘1’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읽씹을 당한 것이지요. 윽!


‘바쁜가 보군.’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한두 시간쯤 지나면 답변이 오겠지요. 그 친구는 늘 그러거든요. 하지만 당장에 수다가 그리운 저로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수다를 나눌 때 근황을 물어보거나 고민을 털어놓거나 요즘 자주 가는 가게에 대해 말하거나 먼 친척에게 일어난 일을 말하거나 합니다. 이야기의 중심도 끝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뭐 그러면 또 어떤가요. 그게 수다의 매력인데. 이렇듯 특별한 목적 없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 속 벽이 허물어져 행복을 넘어 해방감까지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고민이 있을 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푸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 유난히 카페가 많다던데, 수다를 떨 장소가 마땅찮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요.


말하기만큼이나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의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진지하게 듣고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말해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유쾌하고 가볍게 마음을 표현하는 친구도 있지요.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갖기란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나아가 각자의 성향과 방식대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보태며, 감정적으로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 진솔한 소통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읽고 씹히는 읽씹이 아닌 서로의 글을 찬찬히 ‘읽’어보고 곰곰이 ‘씹’어보는 ‘읽씹’. 세 사람의 읽씹에 정답은 없습니다. 서로를 마냥 동의하지도 않지요. 이들은 서로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상대방의 진솔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감한 다음, 자기 생각을 고요하고 수다스럽게 글로 표현했습니다. 이들의 ‘읽씹’ 과정이 독자들에게도 생각의 틈을 열어주고 공감의 힘을 길러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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