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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룬 Oct 29. 2022

후회도 제대로 하면 약이 될지도

지콜라의 답장

어쩐지, 자려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더라니. 저만 이렇게 온갖 후회와 잡념에 시달리나 했는데, 모두들 매년 110시간을 후회하는 데 쓴다고 하니 약간 마음이 놓이네요. 후회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법이구나 싶고요.




저는 정말 다양한 후회를 하며 살아왔습니다. 어찌 보면 시답잖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후회예요.


'어릴 때부터 선크림을 열심히 발랐어야 했는데.'

'일찍이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서 유연성도 기르고 근육도 붙였어야지.'

'대학교 갔을 때 전공을 다른 걸 고를걸.'

'아, 그때 그 주식을 좀 사뒀더라면….'

'사람 좀 더 많이 만나볼걸.'


지금 생각해 보았자 소용없으니 너무 많이 곱씹지 않으려 애쓰지만, 가끔은 내가 과연 그때 그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좀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문득 궁금해져 사전을 찾아보니 후회란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라고 적혀 있네요.


어떻게 보면 저런 생각을 하면서 무언가를 크게 뉘우치지는 않는 듯하니 제대로 된 후회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후회를 원동력의 먹이로 쓴다는 당신의 생각은 정말 멋지고 건강한 방식이네요.


평소에 가장 자주, 소소하게 하는 후회들이 뭔가 생각해 보니 한 가지가 딱 떠오릅니다.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코 짜증을 내고서 ‘대체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할 때가 많아요. 특히 가족에게 화를 내고 혼자 속상해하곤 하지요. 사람은 무언가 내 마음에 차지 않을 때 짜증을 낸다고 하는데,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출근 준비를 하다 보면 사용한 물건을 정리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벗은 옷이나 가방을 정리하기 전에 잠시 다른 곳에 내려둘 수도 있어요. 그런데 늘 주변이 잘 정리되어 있고 어떤 물건이든 제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서인지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면 쉽게 기분이 언짢아지곤 해요. 그러다 보니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고 맙니다. 늘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렇게 후회하면서 말이에요.

‘아, 진짜 별것도 아닌 일인데 왜 화를 냈을까?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잠깐만 참았다면 평화로웠을 텐데.’


살아가다 보면 가장 가깝고 소중한 존재일수록 가장 쉽게 상처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얄궂고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존재일수록 더욱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라는 신의 안배일까요.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쉽게 그 존재의 소중함과 가치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내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고’ 있으니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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