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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룬 Oct 29. 2022

후회 없는 인생 후회할지도

허스키의 답장

사람 사는 모습이 저마다 다르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과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기대, 말, 상황, 행동, 자존감, 오해’라는 지뢰가 가득하고요. 이곳에서 후회 없이 빠져나오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어느 사회심리학 블로그에서 관계에서 오는 후회의 강도가 센 경향이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다른 경험을 통해 겪은 감정보다 더 오래 깊이 남는 듯합니다. 오죽하면 ‘데인’관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요.




후회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예요. 대인관계는 전자에 해당하겠네요. 저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하는 후회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게으른 성격 때문에 귀찮아져서 생각했던 일이나 계획하던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가슴에 사무치는 거창한 후회는 아니어도 ‘아 그때 빨리 일어나서 갔어야 했는데’ , ‘조금 귀찮아도 해둘걸’ 같은 데일리(?) 후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젯밤 자기 전까지만 해도 내일은 오전 일정이 없으니 일찍 일어나서 계절 지난 옷은 치우고 따뜻한 옷 좀 꺼내겠다고 결심하고서는, 오후 12시가 넘도록 아직 저는 침대에 있습니다. 글도 침대에서 쓰고 있고요.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 하루의 반나절이 이미 지나가 버린 지금 옷 정리할 기분은 전혀 들지 않고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출근길 혼자 계절에 안 맞는 옷을 입고 덜덜 떨며 오늘 아침에 일을 미루고 안 한 것을 후회하는 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매번 후회할 짓 왜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큰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후회라는 감정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인관계에 데여서 후회할 수도 있지만, 다른 후회의 경험들이 대인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면 친구들과 대화할 때 후회담은 단골 에피소드인 것을 들 수 있죠. 서로 공감하며 똘똘 뭉치기도 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도 해요.


문학이나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 후회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예도 종종 볼 수 있고요.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는 허구이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너무도 아름답게 다룬 소설입니다. 인간에게 후회의 감정이 없었다면, 이런 작품은 탄생하기 어려웠겠지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의 바람이기는 하지만 후회 없는 인생은 지루할 것 같아서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후회가 없는 인생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후회는 선택에서 오는 감정인데 삶에는 무수한 선택의 순간이 존재하고 그럴 때마다 백 퍼센트 만족하는 선택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니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욱 심사숙고하고, 이미 엎질러진 물에는 충분히 후회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후회를 통해서 더욱 성숙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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