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림 Nov 27. 2018

양말목의 연구

녹색당 서대문구 당원 워크숍

지인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구


지인의 제안으로 녹색당 서대문구 당원 모임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뭘 할까. 하다가 최근데 체험부스에서 인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양말목 직조'를 해보기로 했다. 그 전까지 하는 것만 봐 왔지, 직접 해본 적도 없는 양말목 직조. 약 2주 정도 나의 양말목 직조 연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우연히 여성공예창업대전을 놀러갔다가 양말목 체험을 하게 되었다. 황새둥지에서 만든 (폐목재로 만든) 황새깃털(직조틀)을 가지고 체험을 하는 거였다. 황새둥지는 방학동에 있다. 관련 내용을 잘 정리하신 분이 있어서 퍼왔다. -> http://blog.daum.net/hjboi/80


양말목이라고 하면 발목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양말의 몸통과 발끝 부분의 천을 이을 때 나오는 자투리천이라고 한다. 나는 막연하게 고무인가~ 생각했었는데 탄성이 있는 천의 일부였다. 체험을 하러 갔을 때는 옆에서 하시는 것들을 눈동냥으로 대강 따라했더니 마감 직전의 모양이 되었다. 마지막에 마무리를 할 때에는 도움이 필요했지만 한번 배우고 나니 계속 만드는 것은 쉬웠다. 황새깃틀의 가격을 여쭤봤다. 작은 컵받침 사이즈가 나오는 틀은 약 2만원, 방석 크기의 틀은 6만원이라고 하셨다. ㄷㄷㄷ 못은 동못이 박혀있었고 4개의 나무 조각을 붙여 만든 견고한 틀이었다.



아, 참고로 양말목은 인터넷에서 팝니다.

나는 양말목을 얻기 위해서 방학동 같은 곳을 가면 양말목을 그냥 주시는 줄 알았다. 실제로 그렇게 얻어왔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지만 양말목을 공장에서 바로 가져오면 실밥이 처리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집 안에서 실밥과 먼지 때문에 좀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떡하니 후처리(실밥, 먼지 등 제거)를 한 양말목을 2kg에 8천원 정도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장 샀다. 그리고 분홍색 비닐 택배로 속에 비닐 없이 그대로 양말목 2kg가 도착했다. 쿠궁- 색상은 복불복.


왼쪽부터) 완성한 양말목 티매트 / 방석크기의 황새깃털 직조틀(6만원) / 작은 사이즈의 직조틀(2만원)



황새깃틀을 사는 것은 무리겠군.

녹색당 이번 모임이 1회이고 앞으로 계속될지 몰랐기 때문에 황새깃틀을 구매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리고 이미 틀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체험을 하는 것보다 틀부터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는 방향으로 정했다.

나는 나무틀이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상자를 잘라서 만드는 직조, 훌라후프나 자전거 휠을 이용한 직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법은 사실, 날씰과 씨실을 이용해서 실을 엮고, 그것을 면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상자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게 되었다.


왼쪽부터) 처음에는 사무용 집게를 상자에 끼웠다. 그런데 양말목을 끼웠을 때 사이 공간이 좀 넓었다. 그래서 클립으로 변경. 그런데 양말목의 탄성 때문에 상자가 울기 시작했다.



응답하라, 추억의 하드보드지!

내가 초딩일 때, 누런 하드보드지로 팔각형 필통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칼로 반만 잘라서 접는 형식. 칼을 잘 못다루던 저학년 때는 하드보드지를 다루는 것이 무섭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다. 그 친구를 소환한다! 알파문구 같은 곳에 갔더니 검은색 하드보드지 / 누런 하드보드지 / 하얀 하드보드지가 있었다. 가격도 누런 것은 650원, 검은색은 700원인가 그랬다. 여쭤보니 다 똑같은 거라고 하셨다. 나는 검은색이 힙스터스러워서 그걸 택했다.(추억의 누렁이도 반반 삼)



<하드보드지와 클립으로 양말목 직조틀 만들기>


1) 하드보드지를 143X143mm씩 자른다. 양말목에 따라 다르지만 145mm는 좀 끼우기 힘들었고 143mm정도가 좋은 것 같다. 너무 안끼워지는 것은 애쓰지 말고 내려놓는다.

2) 컬러 클립(틀 자체도 예뻐야 함. 실버클립 샀다가 교환)을 10개씩 꼽아준다. 꼽을 때 간격은 적당히. 그런데 가장자리는 서로 겹치기 때문에 저렇게 떨어뜨린다. 왼쪽과 오른쪽 사진에서 다른 점을 찾으셨는지? 하드보드도 양말목 탄성에 살짝 굽길래 다름의 꼼수로 클립은 한쪽은 짧게, 한쪽은 길게 꼽았다. 힘을 분산시키려는 나의 의도!

3) 직조틀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면 같은 크기의 하드보드지를 하나 더 잘라서 뒷면에 지탱할 수 있도록 부착한다. 이때 나는 목공풀과 글루컨을 사용했다. 목공풀은 가운데 왕창 발라서 꾹- 누르고 그것들이 붙으면 글루건으로 가장자리를 쏴줬다.(안에 글루건 넣고 누르기)



이렇게 만든 직조틀로 편물을 만들었다. 다행히 잘된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그것은 바로 액자틀로 직조틀 만들기.




집에 있던 직사각형 캔버스틀로도 직조틀을 만들어봤다. 제일 오른쪽 사진은 150X150mm 캔버스틀을 사서 만들어본 직조틀.



저 직사각형 틀로 양말목을 직조를 할 때 주의점은 가로 길이는 세로길이의 배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직사각형틀로 만들려면 길이가 2배면 2배, 3배면 3배여야 한다. 왜냐하면 양말목이 일정한 길이가 있고 그것들을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 


직사각형 직조틀 210X160mm ---> 편물 150X90mm

정사각형 직조틀 150X150mm ---> 편물 95X95mm

*정사각형 직조틀은 3,000원이고 위의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이다. 뒤가 막혀있든 뚫려있든 상관없다.

*바닥에 대고 나무틀에 압정을 수직으로 누를 때 손이 아프기 때문에 쇠자를 위에 대고 봐가면서 눌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황새깃틀로 만든 편물은 같은 10개씩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만든 틀보다 만들어진 사이즈가 작았다.

*하드보드지로 양말목 직조틀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출처를 밝히면 활용할 수 있다.(오픈소스 운동~!)


이렇게 해서 사전 연구가 완료되었다.



아래는 당일 워크숍 사진이다.

약 2주 동안의 연구에 대해 연구발표를 하는 기분이었다!


참석자들이 하드보드지를 크기에 맞게 자르고 있다. 70에서 100이 아니라 0에서 100을 만들어보는 과정이다.


<양말목 직조 하는 방법>

1) 날실 10줄을 세로로 걸어준다. 

2) 씨실을 10줄 건다. 위에서부터 가로 방향으로 마치 웨이브를 하듯이 날실의 위, 아래, 위, 아래를 통과한다.

3) 다 끼웠으면 마무리를 한다. 한 면에서 두 가닥 끝을 잡고 오른쪽 고리 안에 왼쪽 고리를 넣는 식으로 계속 마무리한다. 꼭 코바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조틀에서 양말목이 떨어져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좋다. 젓가락, 이쑤시개... 뭐든!

4) 편물의 등(책이라고 치면 책등 부분)을 보면서 V자가 예쁘게 마무리 되도록 손으로 만져준다. 양말목 20개가 다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손으로 만져주면 모양이 예쁘게 잡힌다.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기>>




아래는 우리가 만든 양말목 티매트들!


캬.. 뿌듯하다.




0에서부터 100까지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보통 부스 체험에서는 1회 체험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흥미를 가지게 되면 틀도 사거나 만들어볼 수 있지만 좀 더 재미있게 연구해볼 수 있는 과정이 되길 바랬다. 인간의 장점, 상상력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직조를 할 수 있을지, 직조라는 건 뭔지.. 이미 만들어진 바탕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머리로 0에서부터 쌓아올리는 과정을 그날 나눴다고 생각한다.

이후 당원들은 자발적으로 연말 모임에서 남은 양말목으로 직조를 해서 나누거나 더 큰 편물을 같이 만드는 등의 추가 모임을 개설해보기로 했다. 흔히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지속적이게 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혹시 내가 그날 그것을 한 게 아닌가 감히 생각해봤다.





0의 연구 | 영의 연구

삶의 연구자로서 0(ZERO)에서부터 연구하고, 그것들을 기록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태양광의 연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