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첫 차
사실 차에 별 관심이 없다. 내게 차는 그저 편한 이동수단이자 아이의 짐과 야구장비를 싣고 다니는 운송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와 같은 수단에 많은 돈을 붓지 않는다. 결혼 전부터 와이프가 가지고 있던 준중형차를 타다가 보다 수월한 장비 수송을 위해 짐칸이 더 큰 SUV로 바꾼 게 전부다.
이번 설 연휴 때 오랜만에 좀 일찍 내려가서 가족들과 제주도 여기저기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아기가 있어서 갈 수 있는 데가 실내로 제한적이었는데, 그중에 그나마 거리상으로나 흥미로운 면에서나 관심을 끈 게 세계 자동차박물관이었다.
1900년대 초반 자동차도 있고, 옛 벤츠도 있고,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와 같은 고급차의 역사도 있고 한데, 역시나 크게 감흥은 없다가 발견한 차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포니1이었다. 사실 입구 쪽에 포니2 픽업도 있었지만, 난 왠지 모르게 포니1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아버지의 첫 차가 포니1이었다. 박물관에 있던 이 사진의 차는 5 도어에 사이드미러도 창문 쪽에 붙어 있지만, 우리 집의 첫 차는 3 도어에 사이드미러가 후드 끝에 달려 있는 스타일이었다. 정확히 몇 년도에 구입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분명한 건 그 당시에는 이미 슈퍼살롱, 그랜저, 마크5 등등도 거리를 달리던 시절이어서 포니1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차일 시기였다는 것.
우리 집에 차가 생겼다는 것으로 꼬꼬마였던 나나 내 동생에겐 큰 기쁨이었지만, 어린 마음에서인지 이것 보단 좀 더 큰 차, 그리고 더 중요한 뒷 자석에도 문이 달려 있어서 만날 몸을 쭈그려뜨려서 승하차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기억이 난다.
이제 와 생각하면 포니1만큼 쿨한 디자인의 차가 있나 싶다.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타던 머스탱'69의 초보급형 버전 같은 느낌도 나고(지극히 개인적), 뒷 편의 자동차 모델명을 봐야 무슨 차인지 알 것 같은 요즘 차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멋짐이 뿜어져 나온다.
유일하게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차이긴 한데, 지금 포니1의 중고차 값이 에쿠스 값이라고 하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