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지

습식 화장실과 건식 화장실

by Isaac

얼마 전, 유럽에서 손님들이 왔다. 체크인을 위해 화장실을 안내하던 중, 일행 한 명이 욕실용 슬리퍼를 신지 않고 그냥 양말 신은 채로 들어갔다가 oh it's wet을 연발하며 오이에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거리며 뛰어나왔다. 많이 놀라길래 우리 집만 유별나게 너희들 나라와 다르게 바닥이 젖어 있는 화장실이 아니라, 한국은 어딜 가든 거의 모든 화장실이 다 습식이라고 말했더니, 돌아오는 질문이 있었다.


"Why?"


...... 왜냐고? 음, 왜냐면...... 그러니까... 응? 왜지?


모른다. 그냥 내가 한 살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냥 그런 거다. 화장실 바닥엔 하수구가 있고, 젖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서 어떤 사명감 비스무리한게 느껴졌다. 게스트가 한국에 관한 질문을 하면 난 대답을 해줘야 한다라는 그런 사명감. 더군다나 이들은 집안으로 들어올 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한국은 처음 왔으며 한국에 와서 처음 만나는 현지인이 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국의 화장실 문화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넘어 의무감이 들었다.


습식 형태는 청소가 용이하며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많은 일들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이를테면 세탁기, 하지만 더 파고들까 봐 이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바닥에는 하수구가 있으면 편하다. 근거도 없고 증명할 예시조차 없다.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 있는 일본만 해도 (일부 좁아터진 원룸을 제외하면) 욕실과 화장실을 분리하여 화장실은 건식으로 쓰는데, 왜 한국만 유독 그냥 몽창 습식인 걸까? 구글링을 해보았지만 맘에 드는 정보는 못 찾았다.


가끔 나도 잘 모르는 한국에 관한 질문을 하는 손님들이 계신다. 어버버버하다가 별 신뢰성 떨어지는 답변을 줄 때마다 한국사람인데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스로 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게스트들도 있다.


이 일 계속하려면 한국문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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