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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만으로 넌 특별하단다

by 아이작 유

열 달.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소중하다. 이 세상에서 당신은 유일한 존재이며 그 자체만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와 존엄성을 가졌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현실 속에 살아가면서 그리고 수많은 비교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이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나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내 딸의 탄생 과정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 사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아들이야”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기에 그리고 남자라서 그 고통을 경험할 수도 없기에 어머니의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어머니가 내게 중요한 잔소리를 하시나 보다 하며 흘려넘기기 일쑤였다. 그런데 막상 나에게 딸이 생긴다는 소식, 바로 내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새 생명이 나의 가족에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소중하 고 감격스러운지를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실, 나는 죽음을 경험했다. 나에게 첫째 자녀가 될 수 있었던 아이, ‘나엘’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아내의 배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죽음은 나에게 절망, 슬픔, 비관, 상실감, 헛됨, 나태함이 하나로 압축된 감정을 선사해주었다. 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받은 충격으로 정말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나보다도 더 아파하는 아내를 보며 눈물을 참고 아내를 위로하기에 바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죽음을 경험할 뻔한 이에게 남은 인생이 ‘선물’로 다가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유산 이후, 나라는 존재가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겸손한 마음을 가지며 하루 하루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노라 마음먹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로 결심한 때가 바로 이때였다. 한편 이 기간에, 아내는 늘 마음에 품고 있었던 꿈인 디자인 사업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년을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니 새로운 생명이 또 다시 우리에게 찾아왔다.


‘또 유산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찾아온 생명에게는 ‘로이’라는 태명을 붙여주었다. ‘주는 나의 목자시니’ 했을 때 목자의 히브리어가 ‘로이’다. 양 새끼가 태어났을 때 목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갓 태어난 새끼를 소중히 보살핀다고 한다. 그 목자의 마음을 담아 태명을 로이라고 했다. 로이는 축복 속에서 쑥쑥 자랐다. 그리고 세상에서 들리는 말과 노랫 소리에 신나게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치 배 속에서 모든 것을 알고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로이’가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초음파 검사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로이에게 사랑스러운 이름을 만들어 붙여주었다. 밝을 ‘예’ 그리고 밝을 ‘서’. 세상의 밝은 빛을 보기를. 그리고 세상 속의 빛으로 밝게 살기를. 그리고 영어 이름 또한 ‘빛’이라는 뜻을 지닌 ‘엘레너’라고 지었다.


드디어 아내의 출산일이 다가왔다. 예서 또한 긴장했는지 배 속에서 떨고 있는 듯, 우리는 적지 않은 진동을 느끼 고 있었다. 나는 “계속 이제 곧 나올 거니까 우리 보자! 걱정 안 해도 돼” 하며 위로해주려고 했다. 진통이 시작됐다. 그런데 진통을 아무리 오래 해도 아이가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의사는 분만 유도제를 맞을 것을 권유했다. 나는 아내에게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아내는 힘들어도 좀 더 참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나오지 않자, 초음파 검사를 했다. 이 때 아이가 거꾸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초음파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다. 우리도 초음파 검사 세 번 만 했을 뿐이었다. 의사는 거의 직접 배를 만지고 청진기를 통해서 산모와 아이의 상태를 진단했다. 그런데 마지막 진단을 할 때, 오진을 한 것이었다.


결국, 예서는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났다. 아이도, 산모도, 아빠도 참으로 힘든 출산이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아기는 결국 세상의 빛을 보았다. 지금도 그 때를 추억하곤 한다. 의사의 말대로 분만 유도제를 맞았다면 아이에게 정말로 위험했을 텐데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동시에 모든 생명의 소중함, 존엄성을 더 깊이 깨닫게 되었다. 나의 딸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기, 어린이가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열 달.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자녀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엄마의 보금자리에서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긴 시간을 통해 정말로 사랑받고 축복받고 태어난 당신. 당신은 꼭 특 별해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태어나준 것 자체로도 이미 특별하니까.


당신은 이미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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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유 작가

<질문지능><노트지능><걱정마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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