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손톱이란 엄지 손톱이 특이하게 세로길이가 짧고 폭이 넓어 땅딸막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렁 손톱이라 불린다. 나의 경우 오른손 엄지는 평범한 손톱 모양을 가지고 있고 왼손 엄지만 우렁 손톱이다. 사람들 눈에 쉽게 보이는 엄지 손톱이 비대칭이니, 어린 시절 친구들은 ‘네 손톱 참 웃기게 생겼다’ ‘개구리같다’ ‘발톱처럼 생겼다’하면서 나를 놀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엄지손톱 콤플렉스가 생겼다.
어린 시절, 길을 걸을 때 왼쪽 엄지를 왼쪽 주머니에 넣고 걷기도 했고, 음식점에서 친구들에게 요리를 퍼줄 때, 접시를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잡고 국자를 왼손으로 잡아서 왼쪽 엄지 손톱을 숨기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사춘기 시절에는 노트 필기를 할 때 보통 왼손으로 종이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글을 써야하는데 왼쪽 엄지 손톱을 숨기고자 오른손으로 종이를 받치고 왼손으로 글을 쓰기도 했고 시험 볼 때 왼손으로 문제를 풀곤 했다 (물론 그 덕에 지금도 오른손 왼손 모두 글을 쓸 수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 기도할 때 불편하게 오른쪽 엄지가 위로 보이게끔 두손을 모으기도 했다.
한번은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왜 우리집에서 내 손톱만 이렇냐’고 하소연을 한적이 있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언젠가 네가 이럴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자신의 두 엄지를 보여주시면서 ‘나 또한 너와 비슷한 시기를 보냈다’고 고백하셨다. 어머니의 두 엄지 손톱 모양을 보니 내 눈에 보기에는 문제 없어 보였다. 그런데 검지 손가락에 비해서 좀 짧아보였다. 어머니는 엄지 손가락이 짧아서 사춘기 시절 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돈을 셀 때도 짧은 엄지 손가락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고 말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외할머니에게 왜 내 손은 바보같이 생겼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 때 외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었다. “네 손이 어때서? 이렇게 예쁜데! 그리고 그 손으로 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단다. 숨길 이유가 전혀 없어. 부끄럽다고 숨기면 더 부끄러워져. 앞으로는 네 예쁜 손을 손을 당당하게 드러내렴. 그리고 혹시 누군가 엄지가 짧다고 지적하면, 당황하지 말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재주 많은 손’이라고 자랑하렴.” 이후 어머니는 용기를 내어 손을 숨기지 않았고, 짧은 엄지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위로를 했던 말로 우렁손톱의 상처가 있는 내게 위로를 했다. 어머니가 나와 동일한 상처를 겪었고 극복을 했으니 나 또한 이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부터 나는 용기를 내서 왼쪽 엄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음식 서빙을 할 때도 왼손으로 접시, 그릇을 잡았고, 기도할 때도 자연스러운 왼손 엄지를 위로 해서 두손을 모았다. 내 왼쪽 엄지에 대해 누군가 특이하다고 지적을 하면, 나는 피하지 않고 왼손과 오른손을 보여주며 이렇게 내 두 엄지는 다르게 생겼지만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렇게 나는 우렁 손톱 콤플렉스를 상당부분 극복했다. 하지만 나는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아내와 연예를 했을 이십대 시절, 나는 그녀에게 못생긴 왼쪽 엄지는 잘 보여주지 않으려했으니 말이다. 아내와 연애했을 때, 아내가 왼쪽 엄지를 보더니 오른쪽 엄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왼쪽 엄지가 쪼금하고 귀엽다고 말해줬다. 내게 엄지 손톱이 귀여우니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용기를 주었다. 나는 내 엄지 손톱 중 하나가 귀엽고 재주 많은 것에 감사했으며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나와 같이 우렁 손톱을 가진 사람들 중에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박신혜가 있다. 한 인터뷰에서 박신혜는 우렁 손톱이 자신의 콤플렉스였지만 ‘재주 많은 손, 돈많이 버는 손’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고백을 했다. 연예인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보며, 그리고 그 콤플렉스가 내 것과 동일한 것을 보며 나는 내 왼쪽 엄지를 특별하게 바라보았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그리고 유럽에도 우렁 손톱을 가진 사람들이 재주가 많다는 속설이 있다. 과거 유럽 왕족들의 특징 중에 우렁 손톱이 있었고 우렁 손톱으로서 왕족들의 순혈성을 확인했다는 문헌도 읽었다.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처럼 우렁 손톱을 가진 노벨 문학상 수상자도 있었다. 나에게 이런 특별한 엄지가 있어 나는 참으로 감사하다.
나와 같이 우리 모두는 콤플렉스 또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내가 나누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 콤플렉스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왜냐하면 결국 우리는 콤플렉스 또한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소중하고 특별한 요소임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콤플렉스를 숨기지 말고 자신있게 오픈하라. 왜냐하면 콤플렉스란 숨겨질 때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오픈될 때 치유되기 때문이다. 셋째, 콤플렉스에 감사하라. 많은 콤플렉스의 근본 원인은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 해석에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든, 나 자신이 콤플렉스에 대해 감사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당신은 당신의 콤플렉스 뿐만 아니라 당신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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