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 정말로 힘들게 사셨다. 가난했던 이유는 할아버지가 보증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의 나이에 공주의 산골에서 나무를 해서 팔아야만 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다. 아버지는 힘든 와중에도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학비를 수개월째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아버지의 담임 선생님은 반에서 똑똑했던 아버지의 형편을 이해해주셨다고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힘들게 졸업했던 아버지는 형편 때문에 대학을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대전에 있는 충남대학교 식품과의 한 교수에게 찾아가 비서 등 연구실의 모든 잡무를 해드리겠다고 했고, 그 교수님을 통해서 학비를 내지 않고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지도 교수님을 통해서 식품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고, 그 뒤로 계속해서 식품계에서 종사하며 사남매를 키우셨다. 2020년 아버지는 73세이다. 아버지는 아직도 정정하게 한 식품회사를 맡아 경영을 하신다.
여기까지 내 아버지의 일대기이다. 이제 내 관점에서 아버지의 일대기를 다시 쓰고자 한다. 아버지는 정말로 바쁘셨다. 할머니, 엄마, 우리 사남매 이렇게 일곱식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바쁘게 일하셔야했을 것이다. 너무 열심히 일하셨는지 매년 겨울 때 마다 한 번 두 번 정도 크게 몸살이 와서 며칠을 앓아 누워계신 것이 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한편 아버지께서 너무 바쁘셨기 때문에 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에 상담을 잘 해주시지는 못했다. 중학교에 갈 때, 고등학교에 갈 때, 대학교에 갈 때, 대학원에 갈 때 나는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해야했다. 이 점이 내가 아버지에게 서운해했던 것이다. 언제 아버지에게 그 동안 많이 아버지에게 서운했다고 말하자, 아버지께서는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며 그렇게 살아야했던 것이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말하셨다. 그 이후 아버지와 많이 친해졌고 기회가 될 때 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아버지와 보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연구를 해야했고 박사학위를 따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일을 해야했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부모가 되었고, 국내로 돌아와 삼성전자에 취업을 하여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했다. 70대 중반을 향하시는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살아야했던 것이 자신의 운명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부모는 사랑스런 자녀를 낳는다. 부모는 (보통 한 쪽이)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서 사회에 나가 일을 해야한다.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남을 위해 일하는 시간과 바꾼다. 부모가 밖에서 인정을 받아 더 많은 돈을 벌면 그 만큼 더 큰 책임이 생겨 자녀와 함께 보낼 시간이 더 없어진다. 또한 자녀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하기에 부모와 함께 보낼 시간이 더 없어진다. 부모가 나이가 들고 연로해질 때면, 자녀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바빠지고 그 결과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더 없어진다. 부모가 완전 노인이 될 때면, 자녀는 부모의 남은 인생이 부족하기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음을 깨닫는다.”
시간은 야속하지만 계속해서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돈을 많이 벌어서 여유가 생기면 부모에게 더 많이 잘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기준이 모호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또한 돈을 많이 벌 때 쯤이면 부모님은 더 연로해질 것이고 안타까운 경우에는 하늘나라에 가실 수도 있다. 이런 생각 속에서 나는 애써 부모님께 연락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더 늙기 전에, 더 많이 연락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창 일을 해야하는 일상 속에서 내가 부모님께 애써 연락할 때, 부모님께서는 내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시고 감동을 받으신다.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시고 행복해하신만큼 나 또한 자녀로서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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