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모든 이는 백년 안에 죽는다. 이것은 신뢰도 99.9999%의 명확한 통계적 팩트이다. 인간에겐 단 한 번의 삶만이 주어지고 그 삶엔 반드시 끝이 온다. 그 어떤 예외가 없다. 하지만 죽음이란 이름에서 풍겨나오는 묘한 공포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겁을 먹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죽음을 대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고나 질병과도 같은 특별한 경우가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지인들의 장례식장을 여러차례 다녀와도, 그들의 죽음은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안타까운 죽음일 뿐이지 자신의 삶에 있어 죽음은 거리가 먼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치 영원한 삶이 있다고 착각하며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다. 죽음은 삶의 바로 뒷편에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죽음에 심각하게 직면할 수록 우리는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되며 또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죽음은 마치 채와 같아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만을 남기고 사소한 것들을 걸러낸다. 그리고 죽음은 가장 중요한 것들을 위해서 우리의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고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 말했다. 죽음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에 길을 내어준다. 죽음은 새로운 삶, 다른 삶을 추구할 원동력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죽음은 죽음을 인식한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깨달음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선물로 주었다. 욜로 (YOLO, You Only Live One: 인생은 단 한번 뿐이다), 카르페디엠 (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아모르파티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하쿠나마타타 (Hakuna Matata: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윤회론 (Samsara: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그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 없이 이 세상으로 재탄생한다), 구원론 (Salvation: 메시아를 통해 믿어 죄로부터 구속과 영생을 얻는다) 등 죽음이란 것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들을 발명하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죽음을 대면한 자들에 의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삶의 유형들이 우리에게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인지이다. 이것은 우리의 진지한 선택에 달려있다. 죽음에 진지하게 대면하고 삶의 유한성을 진지하게 깨닫는 선택을 할 때, 나에게 선물로 찾아온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진정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내 삶의 변곡점이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죽음에 진지하게 대면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라이프 스타일은 그저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다. 우리가 잠깐 그것을 맛보는 것 뿐이지 우리는 결코 다른 삶을 꾸준하게 살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죽음을 대면하는 방법이다. 나는 한 가지 방법을 말하고자 한다. 평균 수명에 내 나이를 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현재 나이가 35세이니, 우리나라 평균 수명인 83세와의 차이는 48년이다. 내 남은 인생이 48년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48년 시한부 인생이다. 48년 뒤 내가 있어야할 공간에 내가 없다는 것과 더 이상 세상이 나를 기억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로 허무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죽음 앞에 덧없이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나는 왜 지금 이렇게까지 해서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야하는가하며 스스로 자문해보기도 했다. 48년 곧 (?!) 다가올 죽음의 앞에서 내게 가치있어 보이는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는 사랑하는 내 자녀들과 아내였다. 그리고 부모님과 내 친구들이 떠올랐고 오랜 시간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내가 죽는 것은 허무하고 덧없는 일이지만 내가 죽은 세상에 내 소중한 사람들이 잘 살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죽기 전 주어진 48년의 시간 동안 소중한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기꺼이 나누어주지 않고 스크루지 영감처럼 이기적인 욕심으로만 살았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허무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내 남은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내어주는 것, 곧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모르파티란 말이 있다면 나는 아모르피플을 생각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오늘 사랑하고자, 사람들에게 기꺼이 좋은 것은 내어주고 함께 그 좋은 것을 누리고자 열심히 연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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