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연습

by 아이작 유

나는 학부 때 화학공학을 메인 전공으로 수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공부했다. 지금은 거의 활용하지 않지만 그 시절 열심히 배웠던 수학적 사고 방식이 종종 일상 생활에 침투할 때가 있다. 설거지를 하기 전 끝이 안보이는 설거지 거리에 큰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억지로라도 설거지 거리가 유한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다음과 같이 증명하곤 했다.


설거지 거리가 무한하다고 가정한다.

설거지 거리 하나 하나에 1, 2, 3, 4, 5와 같이 자연수로 일대 일 대응시킨다.

설거지 거리가 무한하기 때문에 대응되지 않은 자연수는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설거지 거리에 숫자를 대응하다보면 더 이상 대응되지 않는 자연수가 존재한다.

설거지 거리가 무한하다는 가정은 틀렸다.

따라서 설거지 거리는 유한하다.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집안 일을 할 때마다 이런 류의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뭔가 짜증나거나 하기 싫고 미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하나 둘 셋 번호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차례 차례 번호를 붙이면서 이 따위 일 또한 곧 끝이 오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설거지 더미를 본다.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설거지가 하기 싫다. 근데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쌓일 것이다. 설거지가 쌓이면 쌓일 수록 더더욱 하기 싫어질 것이다. 더 싫은 악취가 날 것이다. 이런 순간이 오면, 나는 그냥 모든 생각과 감정들을 잠시 접어 두고 아무거나 설거지 거리 하나를 잡고 번호 1을 붙여 준다. 그렇게 1, 2, 3, ... , 13, 14, 15, … 18, 19, 20 번호를 붙여주다보면 어느새 설거지 끝이 온다.


설거지 거리가 유한하듯, 세상 모든 스트레스 있는 일, 아니 거의 모든 존재하는 일들 또한 유한하다고 생각한다.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좀 짜증나도, 화가나도, 답답해도, 힘들어도 1, 2, 3, … 번호를 붙이며 하나 하나 하다보면 반드시 끝이 온다.



아이작 유 작가

<질문지능><노트지능><걱정마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저자


오.괜.사.연. (오늘을 괜찮게 사는 연습들) 출간 문의는 writetoisaacyou@gmail.com 으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

아이작의 Q 매거진 구독 신청하세요!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실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