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신다. 그분은 제2 외국어 독일어 선생님이었다. 내 평소의 발음이 된소리 경향이 강해서 나는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중에서 독일어가 가장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독일어 수업 성적이 이과생인 내가 대학에 가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정말로 열심히 독일어 수업을 들었다. 나는 내가 배운 모든 단어를 외우고 이를 정확하게 발음해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독일어 성적 이과생 중 1등이 나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이과생이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신기하셨는지 독일어 선생님은 내게 관심을 가져주셨고, 우리는 자주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하곤 했다. 선생님께서는 노트에 뭔가를 끄적끄적 적는 내 습관을 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독일어 말에 검은 잉크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순간적으로 머릿 속을 스치는 생각들은 오래가지 않고 사라지지만, 생각을 글로 쓰면 그 생각은 영원히 보존된다. 정말로 좋은 습관이니 많이 생각하고 많이 글을 쓰렴!”
선생님의 말은 내가 꾸준히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기록하는 습관은 내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게 하였고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일을 하든 나를 성장시키는 최고의 밑바탕이 되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는 내가 가진 글쓰기 역량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 회사에서 나를 부르는 별명들 중에서 하나가 유작가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기업 조직에서는 PPT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PPT의 단점은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지식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PPT를 통해서 어떤 업무를 전달받으면 PPT만으로 업무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워 PPT를 만든 사람들에게 찾아가 설명을 들어야하는 불편함이 많았다. 따라서 다들 PPT만을 만들고 있을 때, 나는 PPT와 Word파일을 동시에 만들었다. 내가 한 모든 일들을 Word로 만들어서 내가 수행했던 일들은 누구나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부서 조직 교육을 위해서 열심히 애를 쓰지 않아도 내가 쓴 보고서는 조직 전체에 공유되어 읽혔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읽고 도움받았다며 내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신입들이 들어올 때, 내가 쓴 Word파일을 신입들이 읽도록 권유되기도 한다.
글에는 힘이 있다. 역사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세상에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왔다. <나니아 연대기>를 쓴 영국의 소설가 C. S. 루이스는 ‘글쓰기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쓰는 글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사람들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물들을 둘러보아라. 스마트폰, 헤드폰, IC카드, 가스레인지, 필통, 기타, 피아노, 식물 등 사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글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아라. 당신이 스마트폰을 만든다면 당신은 설계를 해야한다. 당신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확한 치수와 모양 그리고 기능대로 스마트폰을 설계할 것이고 그 설계 대로 제조 장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은 컴퓨터 언어라는 글을 씀으로써 이루어진다. 헤드폰, IC카드, 가스레인지, 필통, 기타, 피아노 모두 마찬가지다. 또 다른 예로, 내가 키우는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나는 수십 개의 식물 키우기 블로그의 글들을 읽었다. 이를 통해 내가 키우는 식물의 특징 및 주의사항을 배웠다. 누군가의 소중한 글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사랑, 철학, 중력, 꿈 … . 사랑의 경우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시와 소설을 남겼다. 우리는 그 글들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철학의 경우, 인간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철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의 글을 남겼다. 그 글들을 통해 우리는 철학적 사유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좀 더 깊고 통찰력 있게 바라보게 된다. 중력의 경우, 아이작 뉴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중력을 수학이라는 글로 기술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뉴턴의 글을 통해 미사일발사, 우주비행 등 중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꿈의 경우, 어린 시절 선생님은 교실반 친구들에게 꿈을 이루고 싶다면 꼭 꿈을 종이에 적어보라고 말씀하셨다. 꿈을 글로 써서 구체화하면 할 수록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셨다.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나 우리는 글을 통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구체화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C. S. 루이스의 ‘글쓰기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진리라고 믿고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내 주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열심히 기록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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