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법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는 연습

by 아이작 유

우리 나라 사람들은 반어법의 천재들이다. 나 빼고 말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반어법으로 잘 말을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잘 못했다. 얼굴에 나의 감정이 그대로 복사되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뭔가 실제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게도 나는 그렇게 말을 잘 못했다. 거의 대부분 솔직하게 내 감정을 이야기해왔다. 다른 사람이 내 말에 상처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반어법을 잘 사용 못하는 난 입을 닫았다. 나는 내가 그러니 남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반어법 필터를 적용하지 못한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사실이라고 가정하며 들었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실제 의도를 잘못 파악하여 내 마음이 좀 휘둘렸던 경우가 많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머니부터 이야기하자. 여행을 갔을 때, 내게 용돈을 좀 쥐어주었다. 여행 경비로 큰 도움은 안될 것 같은데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굶거나 그러지 말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집에 부족한 것 없을 거니 절대로 선물 같은 것은 사오지 말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솔직한(?!) 바램을 온전히 믿었던 나는 진짜로 선물을 사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틀간 삐졌다. 그 때는 너무 어려서 반어법 필터를 적용할 수 없었다.


대학교 때, 친구 한 녀석이 있었다. 이 녀석의 특기는 같이 놀아도 언제나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다. 시험 기간이 되어 그 녀석에게 시험 공부 많이했냐고 물으면 그 녀석은 보통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아~ 많이 놀아서 공부 많이 못했어.” “어제 술 먹었잖아~! 큰 일이군.” “뭐 이렇게 된 것, 그냥 봐야지.” 그러고는 이 녀석의 시험 성적이 젤 좋았다. 참으로 기이한 녀석이었다. 나는 워낙 머리가 영리한 녀석이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고 특출난 그 녀석이 많이 부러웠다. 그런데 그 녀석의 친구와 알게되어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녀석이 남들과 놀고나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와는 완전 접근 방식이 다름을 알았다. 나는 보통 공부 많이 했냐고 하면, 이렇게 친구들에게 대답했다. “어 좀 많이 한 것 같아. 챕터 1부터 7까지는 많이 공부해서 자신은 있는데 8부터 10까지는 시간이 없어서 빨리 친구들에게 물어서라고 벼락치기해야할 것 같아.” “아, 이번 학기 활동이 많아서 좀 내려놓았어. 다음 학기 재수강할거야” 나는 왜 그 녀석이 반어법으로 이야기하는지를 생각해봤다. 그렇게 이야기함으로써 그 녀석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해봤다. 그 녀석의 시험 성적이 좋은 경우와 나쁜 경우, 이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좋은 경우라면 조금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천재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나쁜 경우라면 공부를 많이 못했기 때문에 성적이 낮았다는 핑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녀석이 반어법으로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 녀석이 공부 많이 못했다고 이야기를 하면, 나는 그것을 그대로 믿지 않고 반어법 필터를 적용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 이 녀석이 우리 안 보이는 곳에서 졸라 많이 공부하는 구나!”


회사 동료들과 재미삼아 간간히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런데 스크린 골피에는 단순 재미만 걸려있는게 아니라 누가 골프를 가장 잘 칠 것인가라는 자존심을 걸려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견제하고자 구찌 (=견제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선천적으로 반어법이 잘 안되는 나를 빼고 말이다. 뭐 이런 식이다. 내가 정말로 컨디션이 좋아서 선두권에 있으면 나에게 이렇게 구찌한다. “우와, 완전 잘치고 있어. 이 정도 실력이면 이번 홀에서 크게 한 번 이글 노릴 수 있겠는데. 한 번 해봐!” “최고네 최고! 일등은 얘가 되겠다!” 이런 말에 흔들린 나는 가져온 전략을 잊어버리고 무리한 성적을 쫓다가 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나친 칭찬에 오히려 큰 부담을 가지게 되어 그 뒤로 고꾸라진 경우도 정말로 많았다. 아~ 이것 또한 반어법이었다는 것을 난 뒤늦게나 깨달았다. 지금은 이러한 구찌에 반어법 필터를 적용해서 내 마음을 지키며 경기에 임한다.


병원에서도 반어법 필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경우 물론 우리의 걱정에 공감과 위로를 잘 해주지만, 많은 경우 늘 최악의 경우를 언급하며 우리에게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가져다 준다. 최악의 경우가 일어나면 안되는데 어쩌지? 나는 하루 종일 걱정하며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경험 상 최악의 경우가 일어나는 확률은 거의 희박했다. 나는 의사의 말에도 반어법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이 최악의 경우를 말할 때는 그 말을 곧이 듣지 않고 내 마음을 보호하고자 반어법 필터를 적용해서 듣는 편이다. 아~ 이것은 거의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구나!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고 말이다.

나는 국가적으로도 반어법 필터를 적용하며 생각하는 편이다. 친절함, 신사성을 강조하는 두 개의 섬 나라, 일본과 영국이 있는데, 이 나라의 과거 역사를 꺼내 공부해보면, 그들의 현재 이미지는 완전 반어법이구나를 알 수 있다. 특히 일본과의 무역, 정치, 외교 관련된 일에는 언제나 반어법 필터를 풀가동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어법 필터를 항상 적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방심을 하게 만들거나, 자만하게 하거나, 내게 불안과 공포심을 주는 등 내게 불리함을 초래하는 것들에는, 내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자 반어법 필터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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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지능><노트지능><걱정마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저자


오.괜.사.연. (오늘을 괜찮게 사는 연습들) 출간 문의는 writetoisaacyou@gmail.com 으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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