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작 유 Aug 30. 2020

내 글씨로 저널링을 한다는 것

나를 나답다고 생각하는 것들, 나의 성격, 나의 개성, 나의 철학, 나의 관점, 나의 사고방식은 내 손과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손 끝에서 나만의 필체를 통해서 구현된다. 따라서 사람마다 자기 만의 필체가 있다. 나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편이다. 동시에 나는 내 개성이 주위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게 하려고도 애쓰는 편이다. 이 성격은 내 필체에 그대로 반영되는데 획이 일정한 크기만을 가지지 않고 위아래 또는 좌우로 뻗어나가는 점은 자유롭고자 하는 내 마음을 반영하고, 그렇다고 너무 바깥으로 뻗어나가지 않는다는 것과 문장과 문장들이 같은 길이로 모여서 문단을 이루어나간다는 것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격을 반영한다. 


내 성격을 반영하는 나만의 필체로 저널링하는 것은 컴퓨터 타이핑을 통해서 빠른 시간에 많은 분량의 글을 쓰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 감각보다 더욱 더 세밀한 손끝 감각 및 근육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그 결과 더욱 더 몰입한 상태로 저널링을 할 수 있다. 당장에 노트를 꺼내 한 쪽 쓰기를 해보면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쪽의 글들이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 나다운 생각들을 더욱 더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펼쳐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더욱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게 된다. 내가 작가로서 얻는 영감 및 아이디어 또는 직장인으로서 얻는 과제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저널링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만의 필체로 저널링을 하는 것을 나는 마치 밭에다 보물은 심는 것이라고 비유한다. 셋째, 저널 노트 하나 하나를 다쓰며 내 서재  책선반에 하나 하나 쌓아갈 때, 내 서재는 내 역사의 흔적이 느껴지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대학 시절부터 저널링을 해오셨고, 다쓴 노트들을 하나 하나 모아 두셨다. 어느날 집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나보고 보라며, 회사 업무 노트 수십 권을 내게 보여주셨다. 참고로 아버지는 프린터가 없었던 시절 군대에서 인쇄병으로 일하셨다. 아버지는 식품 회사에서 종사하셨기 때문에 한글과 한문 외에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정말로 명품과도 같은 노트를 남기셨다. 아버지에게 자극을 받아 나도 노트 쓰기를 꾸준히 해왔고 지금까지 쓴 노트만 수백권인데 완성도가 있어서 처분하지 않고 모아두고 있는 노트는 이 백 권 정도이다. 때때로 심심할 때, 나는 서재에 있는 내 옛날 노트를 펼치고는 한다. 옛날 노트를 펼치며 그 속에 있는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느낄 때 나는 마치 생생한 과거의 현장으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곤 한다.



아이작 유 작가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아이작의 Q 매거진 구독 신청하세요!  


작가의 이전글 나는 손으로 책을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