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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Mar 30. 2022

글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 - 2탄

딱 세 가지만 써라

나는 작가이지만 동시에 회사원이다. 가정을 제외하면 나는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회사 동료들과 보낸다. 회사 밖에서 책 집필을 하는 분량보다 회사 내에서 보고서를 쓰는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는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글의 종류인 회사 보고서를 어떻게 쓰는지 관찰해보았다. “과연 나는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말을 한 대로 직관적으로 보고서를 쓰는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여 가능한 정확하고 정제된 표현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노력했다. 이는 사실 직관적인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내 모습 속에서 자기 위선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나는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 출판사는 이공계 출신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이공계를 위한 글쓰기 책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기에 나는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아직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을 잘 모르지만, 열심히 그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면 안 될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세 달 동안 『이공계를 위한 글쓰기 법칙』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공계들은 법칙 또는 공식 같은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나는 글쓰기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글쓰기 공식들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면 누구나 글을 잘 쓰게 된다는 메시지를 쓰려고 했다. 세 달이 지나니 충분히 많은 분량의 원고 샘플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것을 출판사에 전달했고 본격적으로 출간 계약 준비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내 안의 자아가 이렇게 외쳤다. “너는 진짜 이렇게 글을 쓰니?” 나는 나 자신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삶과 무관한 글을 찍어내는 작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3개월 만에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번 출간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 실력이 모자라 책을 준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후 나는 ‘어떻게 하면 누구나 글을 쉽게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 


딱 세 가지만을 쓰라

“구하면 주실 것이요!”라는 말이 있다. 지금껏 내가 던진 질문들은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때가 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한 번도 예외 없이 늘 그랬다. "어떻게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언젠가 그 답이 내게 찾아올 것이라 나는 믿었다. 


내가 셋의 원칙을 내 삶의 모든 곳에 적용하기 시작하자, 그 질문의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딱 세 가지만을 쓰라”는 것이다. “뭐라고? 글이 얼마나 복잡한데, 뭐 딱 세 가지만을 쓰라고?” 처음 나는 글쓰기에 셋의 원칙이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반신반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네 가지, 다섯 가지도 아닌 딱 세 가지를 정해서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보고서이든, 에세이든 다양한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로 신기하게도 딱 세 가지만을 쓰기 시작하자, 그동안 복잡해 보였던 글쓰기가 매우 쉬워졌고 동시에 균형 있고 짜임새 있는 글들이 써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는 하루 평균 두세 가지 정도의 보고를 작성한다. 나는 보고서를 쓸 때마다 뭘 써야 하는지 고민했고 그 과정은 내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런데 딱 세 가지만 써보자고 생각하니 보고서 쓰기가 갑자기 단순해졌다. 


. 문제의 정의 → 문제의 요인/원인 → 원인에 대한 해결책 
. 과제 KPI(주요 성과 지표, key performance index) 현황 → 주요 추진 사항 → 향후 계획
. 금주 중점 업무 세 가지 내용


회사 보고서에 셋의 원칙이 적용되니, 회사 보고서 작성이 역대급으로 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세 가지 글쓰기’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나는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 팀원들에게 셋의 원칙 글쓰기를 전파했다. 나는 더도 말고 ‘딱 세 가지’만을 써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 부서에서 보고서 쓰기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보고서 쓰기는 나를 포함해 리더들이 도맡았다. 그런데 ‘세 가지 글쓰기’가 퍼지자, 부서원들 모두 쉽게 보고서 초안을 써서 제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리더인 나는 초안을 검토한 후에 내용을 살짝 수정해서 최종안을 제출만 하면 되었고 더욱더 풍성한 업무 내용을 담아 보고했다. 


한편,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번 장 또한 ‘세 가지 글쓰기’로 쓴 것이다. 나는 이 장을 쓸 때, “나의 글쓰기 방법이 실패한 이야기 (이번 연재, 상) → 세 가지 글쓰기의 탄생과 사례 (중) → 세 가지 글쓰기에 대한 FAQ (하)”이라는 딱 세 가지 내용만 쓰려고 노력했다. 



유인성(아이작유) 작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 p45-47 중에서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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