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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Apr 26. 2022

리더의 세 가지 자질 - 2편

방향성: 목표를 숫자로 파악하라

‘경영(經營)’이란 말을 파자하면, 경은 실 사(糸)와 물줄기 경(巠)이 합쳐진 말로, 실과 물줄기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영은 집 궁(宮) 위에 불 화(火) 두 개가 합쳐진 말로, 군대의 진영에 불을 환하게 밝히며 방법을 궁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이란 방향과 방법, 이 두 가지를 잘 세우는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경영을 수행하는 리더는 혼자서 일을 해낼 수 없다. 그는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을 성취해야 한다. 리더가 아무리 방향과 방법을 잘 세워도 조직의 구성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을 할 수 없다면 경영은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경영의 본질이란 방향, 방법, 메시지로 확장된다. 이 세 가지는 바로 경영을 수행하는 자 곧 리더의 자질이다. 리더의 세 가지 자질, 방향성, 방법론, 메시지에 탁월해지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방향성: 목표를 숫자로 파악하라

내가 일하는 회사에는 반도체인의 신조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열 가지 신조가 나온다. 일하는 데 도움될 만한 좋은 말들을 다 모아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는 마치 성경의 사도신조와 같이 모든 사원들이 달달달 외웠다고 한다(지금은 다행히 그렇지 않다). 반도체의 열 가지 신조 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이다. 나는 이 말이 리더의 첫 번째 자질인 ‘방향성’을 키우는 것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자동차를 운전해서 여행의 목적지에 간다고 하자. 당신은 여러 고속도로와 수많은 국도를 지나게 될 것이다. 북쪽길로 가다가 동쪽길로 그러다 동남쪽길을 타다가 다시 동쪽길로, 북동쪽길로 가다가 북서쪽길로… 이렇게 당신은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복잡한 길들을 지나게 되지만 결국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신의 내비게이션에 여행 목적지를 정확하게 입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리더의 ‘방향성’이 바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방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몰입 전도사, 서울대 공과대학 황농문 교수는 뚜렷하고 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이 커지고 목적을 향한 신체의 노력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황농문 교수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수행할 때, 우리의 신체와 뇌는 목표 달성을 성공하기 위해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한다. 바로 이 상태에서 몰입이 시작되고 최대의 능력과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같이 스포츠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들은 마지막 단 한 번의 승부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승리했다.


우리나라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25%를 인터뷰한 김도윤 작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공통점은 분명한 자기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대한민국 IOC 위원인 유승민 선수는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자기가 목표를 정하면 마음가짐, 체력, 생활 방식, 운동량 등 그 모든 것이 새롭게 설정이 된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선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정신 수련, 체력 훈련, 생활 방식 및 루틴 형성, 매일 운동량 세팅 등 그 모든 것이 금메달에 초점을 두어 설정된다.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이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목표를 숫자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적으로 말하자면, 목표를 KPI(핵심 성과 지표, Key Performance Index)로 나타내는 것이다. KPI를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는 삼 단계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 단계는 KPI를 수립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숫자가 KPI가 되려면 기본 세 가지 조건인 측정 가능성, 모니터링 가능성, 대표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측정 가능성이란 말 그대로 측정해서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모니터링 가능성은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측정을 통해 KPI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성은 모니터링된 KPI가 당신이 원하는 목표의 달성 과정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서 피트니스 운동을 한다고 하자. 당신의 목표는 TV 속 연예인들처럼 멋진 몸매를 가지는 것 즉, 몸짱이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KPI는 체지방률(%,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지방률은 인바디를 통해서 측정 가능하며, 매 운동을 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측정해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열심히 운동하면 할수록 체중에서 지방은 타 없어지고 근육량은 증가함에 따라 체지방률은 낮아지게 되며, 따라서 체지방률은 몸짱이 되는 목표를 잘 대변해준다. 보통 몸 관리 잘하는 연예인들이나 모델의 체지방률은 10~12%로 알려져 있으며 피트니스 선수들의 체지방률은 8% 이하라고 한다.


두 번째 단계는 KPI 달성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영화 배우 덴젤 워싱턴은 이런 말을 했다. “목표가 없는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많이 후회했던 것 중에 하나가 목표가 없이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근면 성실의 미덕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분명 좀 더 많은 것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내가 목표 없이 열심히 일을 했을 때, 내가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던 적이 많았다. 과거에 나는 제품 수율 품질의 체력을 끌어올린다는 명목으로 제품 양산 설비와 공정의 불합리를 모조리 찾아내 하나하나 개선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잘 보고되지 않았던 불합리를 파악하는 등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다. 문제는 목표와 KPI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업무 복기를 했을 때, 목표가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일을 했어도 조직 전체적으로 가치가 크지 않은 일을 해낸 셈이 되었다. 또한 KPI가 없었기에 열심히 일해 얻은 성과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가 하고 생각하며 내가 일한 방식에 대해 크게 후회를 했다. 만약 내가 이 업무를 조직의 리더로서 수행했다면 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방향성이 없어)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리더가 되었을 것이다. 이 경험 이후 나는 중요한 업무를 할 때 반드시 KPI와 KPI 달성 목표를 제대로 준비한 다음 일을 추진한다. 목표가 없는 일은 그냥 일일뿐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는 일은 특별한 성과가 된다.


세 번째 단계는 목표 납기를 정하는 것이다. KPI를 수립했고 KPI 목표를 정했다고 끝이 아니다.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납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납기가 없는 목표는 달성하지 않겠다는 목표라고 여긴다. 따라서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서 액션 아이템이 논의될 때마다 나는 항상 묻는다. “이것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또는 “이것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사람들 중에는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납기 없이 편하게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거의 대부분 허송세월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거나 대충 일을 한 결과, 허술한 결과가 만들어진다. 만약 당신이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추진하는 데 납기 없이 일을 하는 경우, 당신의 업무는 반복적으로 미뤄질 것이고 이로 인해 밀접하게 얽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업무들 또한 모두 밀리게 되는 나쁜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조직 생활에 있어서, 납기를 준수하지 않음은 자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물론 납기를 정할 때 한 달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며칠 만에 하겠다는 식으로 말도 안되는 납기를 정하면 안 된다. 이것은 당신, 그리고 당신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기와 의욕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안 좋은 행태이다. 반대로 한 달 동안에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을 1년 안에 하겠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풀어진 납기를 정하면 안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일을 대충하거나 일을 계속해서 미룰 것이다. 납기를 정하는 최고의 기준은 ‘충분히 도전적인가’의 여부이다. 기존 이력이 있는 납기보다 좀 더 빠르게, 현시점에서 예상되는 때보다 ‘좀 더 빠르게’와 같이 충분히 가능하고 도전적인 납기를 선정하자.



유인성(아이작유) 작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 p127-132 중에서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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