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가 말했듯 우리 인간은 ‘연역(진리)’ 그 자체의 모델링을 던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연역적인(그래서 검증해야 할)’ 모델링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모델링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역적인 모델링을 계속 던지고, 그것을 검증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자는 결국 새로운 값진 지식(검증된 모델링)을 확보하고 발전한다.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며 나는 실력 있는 자들을 관찰해 왔다. 이를 통해 한 가지 경험적 진리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실력은 검증된 모델링의 개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검증된 모델링은 언젠가 반례가 등장하기 전까지 흔들리지 않는 진리의 반석과도 같다. 검증된 모델링이 많다는 것은 곧 탄탄한 지식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증된 모델링을 많이 갖추고 있는 자는 그 지식 체계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사고를 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검증된 모델링을많이 갖춘 실력자가 될 수 있는가? 바로 모델링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
다음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 대박 난 중국집 이야기이다. 점심 오후 시간만 영업하며 재료 소진까지 30분 정도의 줄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이 중국집이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사장님은 이른바 ‘파리 날리는 경험’으로 마음고생을 꽤나 했다. 다른 가게들과의 경쟁에 치이고, 재료비에, 인건비에, 월세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손님이 적다는 것이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폐업 수순을 밟을 것이 눈에 선했다. 사장님은 절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는 어떻게든 손님들만 많이 찾아오게 만들면 매출도 증가하고 대량으로 재료를 구매하면 매출 대비 재료비 비중을 줄일 수 있어 마진을 올리고 이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모델링했다. 문제는 손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사장님이 보기에 손님들은 음식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경우나 그것이 아니라면 동일한 맛에 가격이 낮거나 할 때 많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그는 자신이 만든 중국 요리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가격을 낮출 때 손님들은 늘어날 것이라 모델링을 했고 이를 ‘반값 정책’이라고 불렀다.
사장님은 정말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추었다. ‘홀에서 드시면 무엇이든 반값!’ 24,000원 했던 탕수육이 12,000원이 되었다. 9,500원 했던 짬뽕, 간짜장이 5,000원이 되었다. 이 소식이 사람들에게 금세 소
문이 났다. 영업 시작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대기하는 현상이 시작되었다. 오히려 손님들이 “가격이 이래서 남는 게 있나요?” 하며 사장님을 걱정했다. 하지만 가게는 정말 잘되었다. 손님들이 폭발적으로 늘자 배달 주문량(배달은 기존 가격과 동일함) 또한 덩달아 급증했다. 매출 대비 재료비 비중이 낮아졌고 가족이 가게 운영을 시작해서 인건비 문제도 해결하여, ‘반값 정책’으로 인한 마진 감소를 대부분 커버해 냈다. 이 중국집 사장님은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서 연역적인 모델링을 세웠고 모델링을 검증하여 시스템으로 돌리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은 사회 곳곳 어디에나 있다.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스포츠 코칭, 순수/응용 예술, 사회/정책/교육, 공학/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이름을 빛낸 그리고 빛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이다. 단적인 예로 전 세계 축구 리그 중 구단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곳은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이다. 이곳은 구단주가 돈이 많다고 해서, 몸값 높은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남고 우승하는 팀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명장들이 있다는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각 포지션별로 단한 사람의 수적 우위를 만들면 더 많은 볼의 소유와 더 효율적인 공간 침투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포지션 플레이’라는 모델링을 가지고 프리미어리그에 상륙했다. 그리고 그는 부임한 지 일곱 시즌 동안 다섯 번의 리그 우승을 했고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했다.
그의 라이벌인 리버풀의 감독 위르겐 클롭은 ‘강력한 전방 압박을 하면 어떨까? 그럼 상대 팀에 균열을 만들고 그 틈을 파고들어 빠르고 치명적인 역습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겐프레싱’이란 모델링을 들고 프리미어리그에 왔다. 그리고 그는 리버풀 구단 최초 프리미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와 같이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은 연역적인 모델링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법을 실행해 내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분야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을 제대로 관찰하는 자이며 그 관찰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모델링을 던지고 그 모델링을 검증하는 자들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그들의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지만 검증된 모델링이 존재하고 있다. 구라 치지 않는 이 우주 속에 이유 없는 성공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집 사장님의 ‘반값 정책’, 펩 과르디올라의 ‘포지션 플레이’,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과 같이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델링에 별명을 붙여주기도 한다. 생각을 모델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확실한 모델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담대하게 그리고 추진력 있게 일을 해낸다. 그리고 동시에 확실한 모델링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과 말을 신뢰한다.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을 향한 강한 호기심이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n science is a burning curiosity about the way things are.
- 윌리엄 로런스 브래그(1915년, 노벨물리학)
아이작 유
<과학자의 사고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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